‘굿걸 콤플렉스(Good Girl Complex)’에 대해 말하려 한다.
‘섹스&젠더’를 쓰면서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은 “어떻게 사람들로부터 은밀한 이야기를 끌어내느냐”는 것이고, 이때마다 기자의 대답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여자들은 절친한 친구 사이에서도 자신의 섹스 경험을 털어놓는 일이 거의 없다. 그것은 “누구 누구는 (진짜) 처녀가 아니래”라는 골치 아픈 소문의 근원지가 여자들의 수다에서 비롯되는 일이 많고, 또 살다보면 친구의 오빠 또는 친척 등과 얽혀 연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에서는 “멋있어”라고 감탄하다가도 돌아서서는 “쟨 안 돼”라고 마음 속에서 X자를 그어버리는 여자들의 이중심리는 동지애로 똘똘 뭉쳐 서로의 허물을 덮어주는 남자들의 의리적 행태와 확연히 구분된다.
우리 주변에는 결혼 전까지 순결을 꼭꼭 간직하겠다는 순정파 굿걸들이 여전히 많다. 일반적으로 반듯한 집안에서 부모의 도덕적 가르침 속에 예의 바르게 자라난 그녀들은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가치관에 따라 섹스 경험을 결혼 후로 미루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요즘 미디어에는 성개방 풍조에 따른 여자들의 다양한 연애 방식이 넘쳐난다. 유부남과 부담없는 섹스를 즐기는 법적 처녀, 직장 남자 상사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는 미혼·미모의 여자, 사랑은 불가피하게 섹스를 동반하며 하룻밤 섹스로 남자와 어색하게 엮이고 싶지 않다는 자유연애자, 심지어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는 주장까지. 혼전 섹스가 여기저기서 패션처럼 미화되고, 여자와 여자가 ‘적’으로 대립한다.
사정이 이러하니 굿걸들의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올 수밖에 없다. 처녀라고 주장해도 아무도 제대로 믿어주지 않는 사회 분위기, 결혼 전 섹스해 보지 않고 결혼했다가 남편의 변태적 성욕 때문에 끝내 이혼했다는 충격적인 친구의 소식, 순결을 곱게 지켜주던 남자친구가 어느날 갑자기 온몸으로 다가오는 ‘섹시녀’의 유혹에 빠져든 불쾌한 경험 등.
30대 후반 여자와 최근에 결혼한 40대 초반 남자를 만나 신혼의 섹스생활을 들었다. 그는 차가운 맥주로 목젖을 축였다.
“아내는 결혼 전 섹스 경험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보여요.”
-근거는 무엇입니까.
“우선 섹스를 하면서 상당한 통증을 호소해요. 또 자신의 몸을 제게 보여주기 창피하다며 언제나 침실 조명을 꺼 줄 것을 요구합니다. 한번은 여성 상위 체위를 제안했더니 버럭 화를 내더군요.”
-30대 후반의 새색시가 능수능란한 섹스 테크닉을 선보였다 해도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을 텐데요.
“물론 그렇죠. ‘닳고 닳은’ 여자와 결혼하고 싶은 남자는 없을 테니까. 그런데 이상해요. 아내가 사사건건 제동을 걸 때면 섹스에 대한 열정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려요. 이제는 섹스 도중 제 몸이 반응하지 않아 관계를 제대로 치를 수 있을까 두렵기까지 합니다.”
그의 토로대로라면 그의 아내는 굿걸이었음에 틀림없고, 굿걸의 결혼 전 이러저러한 고민은 결혼 후 예상치 못한 양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설을 낳게 된다.
그러나 이 글을 쓰는 목적은 세상의 모든 굿걸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데 있다. ‘눈 가리고 아웅’식의 위로가 아니다. 굿걸 출신의 기혼녀들에 따르면, 아내의 섹스기술은 남편과 마음을 터놓고 스스로의 심리적 장벽을 허물수록 놀라운 속도로 발전한다는 게 중론이다. 또 굿걸과 비슷한 생각을 지닌 ‘굿보이’도 의외로 많았다.
“칼럼 잘 읽고 있습니다. 30대 중반입니다. 물론 결혼도 했습니다. 섹스는 부부 관계를 더욱 친밀하게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섹스 그 자체의 유희를 즐기는 사람도 많지만 섹스를 통해서 부부가 육체적·정신적으로 하나가 되어가는 기쁨, 그것이 섹스의 진정한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남자 독자의 e메일)
“여자들끼리 모여 ‘사랑한다면 결혼 전 남자와 일단 자봐야 하나’를 두고 고민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우리 남자들도 실은 친구들끼리 같은 고민을 나눕니다. 섹스를 향한 젊은 남자들의 왕성한 욕구와 지대한 관심을 인정합니다만, 섹스에 따른 책임을 무겁게 느끼는 남자들이 예상외로 많습니다.” (20대 후반 남자)
“결혼 전 사귀었던 여자가 아주 가끔씩 생각날 때가 있습니다. 순결을 소중히 생각하던 그녀가 사랑스러웠고, 그녀의 의사를 존중했습니다. 아름다웠던 시절이었습니다.” (30대 초반 남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