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스터 디즈’를 보기 전 스스로 물어봐야할 두가지.
하나, 이 작품의 원작인 ‘디즈씨 도시에 가다’(1936년)에 대해 전혀 들은 바가 없는가. 둘, 영화는 반드시 ‘해피 엔딩’으로 끝나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두 질문에 모두 ‘예스’라고 답한다면 영화 ‘미스터 디즈’로부터 원하는 만큼 웃음을 얻을 수 있다.
이 영화는 프랭크 카프라 감독의 작품을 리메이크한 것이다. 원작은 ‘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1939년)와 함께 카프라 감독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두 작품은 모두 황금만능주의에 물든 도시를 신랄하게 풍자했다. 그러나 리메이크 버전인 ‘미스터 디즈’에는 날카로운 풍자나 비판은 없다. 다만 코미디가 있을 뿐이다.
시골에서 피자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디즈(아담 샌들러)는 거부인 삼촌이 죽자 400억 달러의 유산을 물려 받는다. 디즈는 재물에 관심이 없으나 도시 구경이나 할 겸 재산을 상속받기 위해 뉴욕으로 간다. 그러나 타락과 부패에 찌든 도시인들은 이 순수한 청년을 수렁에 빠뜨리고 디즈는 도시 생활에 환멸을 느껴 재산을 포기한 채 귀향한다.
스토리는 평이하지만 영화 곳곳에 포진한 코미디적 요소가 웃음을 준다. 발냄새를 좋아하는 하인 에밀리오(존 터투로)는 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재주를 피우고, 디즈의 고향 친구 ‘크레이지 아이’(스티브 부세미)는 사시 때문에 눈의 초점이 안 맞아 엉뚱한 말을 되풀이한다.
다만 디즈가 자신을 곤경에 빠뜨렸던 여기자(위노나 라이더)와 맺어지는 과정이나 디즈가 떠난 뒤 실제 유산 상속자가 에밀리오로 밝혀지는 대목은 억지스럽다.스티브 브릴 감독. 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