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내 인생의 일부분”이라고 말하는 소동기변호사는 “골프장의 푸른 잔디만 밟으면 가슴이 설레인다”고 말한다.
《골퍼 치고 한 두가지 ‘사건’을 간직하고 있지 않은 이는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 싱글 골퍼는 물론 입문한 지 얼마 되지않는 초보에 이르기까지 골프 얘기만 나오면 할 말이 많다.
바로 이것이 결코 싫증나지 않는 골프의 매력이기도 하다. 골프계의 전설같은 실화, 골프광들에게 얽힌 갖가지 에피소드와 비화를 금요일마다 연재한다.》
소동기 변호사(46)는 그 때의 감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난 9월1일 하와이 마우이섬 카팔루아 플랜테이션코스 18번홀(파5·663야드). 2000메르세데스챔피언십 에서 타이거 우즈가 어니 엘스와 연장혈투 끝에 버디를 잡아 우승한 바로 그 홀이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챔피언티에서 드라이버(ASX)티샷을 날렸다. 다른 때와는 손맛이 달랐다. 볼(타이틀리스트 프로V1)이 날아간 거리는 믿기지 않을 정도인 무려 440야드. 평소보다 200야드는 더 날아가고 굴러간 것.
“내리막 홀이고 뒷바람이 불긴 했지만 그렇게 멀리 갈 줄은 몰랐어요. 볼 옆에 있던 스프링클러에 그린까지 남은 거리가 220야드라고 적혀있더군요.”
2년 전 우즈는 비슷한 지점에서 아이언 5번을 잡았지만 그는 스푼(캘러웨이 스틸헤드Ⅲ)을 잡았다. 두 번째 샷도 기가 막히게 좋았고 볼은 그린에지에 멈춰섰다. 핀까지는 약 10발자국 거리. 내리막 라이였는데 웨지대신 퍼터(오딧세이 트라이핫Ⅱ)를 선택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볍게 퍼팅한 볼은 홀컵속으로 사라졌다.
“내 생애에 이런 일이 또 있을까 싶었습니다. 정말 실감이 나지 않았죠. 당장 골프를 그만둬도 여한이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몸이 아프다’는 거짓핑계를 대고 등산을 떠난 연수팀 일행에서 빠져나와 ‘나홀로 라운드’한 그의 감격적인 이글은 하마터면 ‘믿거나 말거나’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안개 때문에 등산일정을 포기한 일행이 뒤늦게 골프장을 찾았고 그 중 한 사람이 이글을 잡은 순간 ‘만세’를 부르는 소변호사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것.
그가 골프를 시작한 것은 사법연수원을 마치고 ‘백수’로 지내던 84년. 지금처럼 골프가 활성화되기 훨씬 전이다.
“변호사 개업을 한다니까 장인이 골프를 배워두라고 하시더군요. 전에는 테니스라켓을 들고 다니면 주위의 시샘을 받았지만 지금은 괜찮은 것처럼 골프도 곧 그렇게 될 거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수입이 없던 시절이라 연습장 비용은 부담스러웠다. 한 두달 다니다가 연습볼을 얻어 한강둔치에서 독학을 했다.
그는 3년만에 ‘싱글’에 진입했다. 요즘 평균 스코어는 2언더파에서 3오버파 사이. 법조계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고수’다.
그가 얼마나 골프를 좋아하는 지는 누이동생을 프로골퍼에게 시집보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연습장에서 우연히 만나 가까워진 봉태하프로(42)에게 “사귀는 사람이 없으면 내 여동생이 어떠냐”며 소개, 결혼으로 골인했다고.
안영식기자 ysa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