矛 盾(모순)
矛-창 모 盾-방패 순 撞-부딪칠 당
棺-널 관 諸-여러 제 匠-장인 장
예나 지금이나 사람이 죽어야 재미를 보는 직종으로 葬儀業(장의업)과 武器(무기) 제조업이 있다. 戰爭(전쟁)이 치열할수록 사람이 많이 죽으며 武器도 불티나게 팔리는 법. 중국에서도 그런 때가 있었으니 지금부터 2500여년 전, 戰爭으로 날을 지새던 春秋戰國時代(춘추전국시대)가 그러했다. 覇業(패업)에 혈안이 된 諸侯(제후)들 때문에 자고 나면 版圖(판도)가 달라질 정도로 戰爭이 치열했다.
자연히 죽어나는 것은 무고한 백성들뿐이었다. 죽는 이가 속출하고 家屋(가옥)과 田畓(전답)이 파괴되는 등, 삶이 그야말로 塗炭(도탄)에 빠져 있었지만 葬儀社(장의사)만은 快哉(쾌재)를 불렀다. ‘죽어야 사는’ 그 직업적 속성 때문에 베어온 나무는 미처 말리기도 전에 棺(관)으로 만들어졌고 완성된 棺은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이 바람에 당시 산림이 온통 황폐해질 정도였다고 한다. 이 밖에 諸子百家(제자백가)로 불리는 思想家(사상가)들과 무기상들도 크게 흥성하였다. 결국 이것은 중국의 商業(상업)을 촉진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戰爭이 더욱 심했던 戰國時代 때의 일이다. 번화한 시장거리에서 웬 사나이가 병기를 늘어놓고 팔고 있었다. 그러면서 소리 질렀다.
“자! 보시오. 여기 있는 이 방패로 말할 것 같으면 천하의 名匠(명장)이 만든 것으로서 그 견고함은 당해낼 창이 없을 정도요. 아무리 강하고 예리한 창일지라도 뚫지 못한답니다.” 조금 있다 창을 팔면서 이번에는 아까보다도 더 큰 소리로 외쳤다.
“자! 여러분, 이번에는 창입니다. 이 창으로 말할 것 같으면 천하무적으로 어떤 방패도 뚫을 수 있지요. 어디 이 창을 막아 낼 수 있는 방패가 있다면 가져와 보시오. 당장 구멍을 내 줄 테니까.”
그러자 군중 속에서 한 노인이 말했다. 그는 아까 방패를 팔았을 때도 지켜보았던 자였다. “당신의 창과 방패는 정말 훌륭한 것 같구료. 그런데 내가 나이가 많아서인지 머리가 둔해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 가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소. 당신이 그토록 자랑하던 천하의 명품 창으로 모든 것을 막아 낼 수 있다는 그 방패를 한 번 찔러 보는 것이 어떻겠소. 어느 쪽이 이길지 보여주지 않겠소?”
그러자 그 사나이는 아무 말도 못하고 군중 속으로 사라졌다. 韓非子(한비자)에 나오는 유명한 고사다. 이처럼 살다보면 矛盾이나 自家撞着(자가당착)에 빠지는 경우를 종종 경험하게 된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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