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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나의 무대]세계은행 북한담당 컨설턴트 김은숙씨

입력 | 2002-10-31 18:08:00

세계은행 건물 앞에 서 있는 북한 담당 컨설턴트 김은숙씨. - 워싱턴=한기흥특파원


세계은행에서 3년째 북한 담당 업무를 맡고 있는 컨설턴트 김은숙(金銀淑·29)씨. 김씨는 최근 폭주하는 북한 핵 관련 뉴스를 접할 때마다 마음이 안타깝고 무겁다.

“북한이 세계은행의 멤버가 되면 여러 혜택을 받을 수 있어요. 북한 경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통신 농업 에너지 등 인프라에 대한 정책 조언은 물론 차관도 얻을 수 있어요. 그러나 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그런 혜택을 받기는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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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워싱턴의 북한 경제 전문가로 잘 알려진 미국의 브래들리 밥슨(세계은행 컨설턴트)과 함께 세계은행에서 북한 문제 실무를 담당하고 있다.

장차 북한이 세계은행의 회원국이 될 경우에 대비해 북한의 경제 사회 상황 등에 대한 각종 정보와 자료를 수집해 분석하고 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는 것이 그의 임무. 이를 위해 한국 일본 중국 정부는 물론 유엔, 대북지원 활동을 벌이는 국제 비정부기구(NGO)들과 끊임없이 접촉해 왔다.

김씨가 지금의 일을 맡게 된 것은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에서 한반도 전문가인 니컬러스 에버슈타트와 제임스 릴리 전 주한미국대사의 인턴을 지낸 것이 계기가 됐다.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졸업반이던 99년 1월 학교의 인턴 프로그램을 통해 AEI의 인턴으로 일하게 됐고, 같은 해 11월 마침 세계은행의 북한 담당 자리가 비게 되자 에버슈타트씨 등이 적극 추천해 준 것.

“국제기구는 직원을 채용할 때 전문지식 외에 실무 경험을 많이 요구해요. 한국에서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이들은 실무 경험이 없어 어려움을 겪지요. 저는 인턴을 한 것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국제기구에서의 근무는 치열한 경쟁의 연속이다. 조직에 도움이 될 만한 실력이 없으면 바로 도태될 수밖에 없다. 한국식의 인맥은 통하지 않는다. 어학은 첫 번째 부딪치는 장벽.

김씨는 학창 시절 토플에서 620점(종전의 채점 방식. 현재는 채점 방식이 바뀌었음) 이상을 받았다. 미국의 톱 클래스 대학이 외국 유학생들에게 요구하는 수준을 충족시키는 실력이었다.

“토플이나 토익 고득점은 ‘실전’하고는 별상관이 없는 것 같아요. 미국식 사고방식을 익혀야 하거든요. e메일을 쓸 때도 한국식으로 인사말을 앞세워 쓰면 아무도 읽어보지 않아요. 결론부터 앞세워야지요.”

국제기구가 한국의 직장보다 좋은 점은 무엇일까. 김씨는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해본 적이 없어 체험적인 비교는 어렵다면서도 이렇게 말한다.

“다양한 국가 출신들과 함께 근무하다 보니 각기 다른 장점을 배우게 됩니다. 무엇보다 특정 사안에 대해 폭넓고 포괄적인 견해를 갖게 돼요. 남녀 차별이 없어 여성들이 능력을 마음껏 펼 수 있는 것도 장점이지요.”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김은숙씨는…▼

▶73년 서울 출생 ▶안양여고 ▶연세대 행정학과와 국제학대학원(국제협력 전공) 졸업 ▶99년 11월부터 세계은행 컨설턴트로 근무 중 ▶재미교포인 남편 케네스 강(34)도 한때 국제통화기금(IMF)에서 한국 경제를 담당해 부부가 국제금융기구에서 남북한을 나눠 담당한다고 해서 화제가 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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