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과학기술 경쟁은 한 마디로 ‘특허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1998년 3월 1일 아시아 최초로 ‘특허법원’을 설치해 운영해 왔다. 특허법원은 고등법원급 전문법원이다.
특허에 관한 법적 분쟁은 특허를 받는 문제를 둘러싼 다툼, 즉 ‘특허심판’과 특허권이 침해됐을 때 법적 구제 문제를 다루는 ‘특허침해소송’으로 나누어진다. 특허침해소송은 더 이상 특허가 침해되지 않도록 침해금지를 청구하거나,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소송이 포함된다.
이 두 가지 소송 가운데 특허심판의 제2심은 특허법원이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특허침해소송은 일반 고등법원이 제2심을 맡고 있어 이원화된 구조로 돼 있다. 이것이 문제다.
특허침해소송의 제2심도 마땅히 특허법원의 전속관할로 해야 한다. 이는 특허침해사건에 대한 재판이 적정 타당하고 신속하게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특허법원이 출범한 지 4년 반이 지났지만 역대 특허법원장들이나 학자 전문가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관할집중은 실현되지 않고 있다.
그리하여 법학자 및 과학기술자들을 비롯한 각계 각층의 시민들이 범국민운동본부를 조직하고, 최근에는 대전 충남지역의 국회의원과 대학 총장, 각종 단체 등을 중심으로 범시민추진위원회가 구성돼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활동이 결실을 맺어 10월 5일에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의원 122명의 서명으로 국회에 제출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최근 대한변호사협회는 ‘불가’ 입장을 정하고 반대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대전은 국내 최고의 과학기술의 산실이라 할 수 있는 대덕연구단지가 위치해 있고, 특허청이 정부 제3청사에 입주해 있으며 특허법원까지 설치돼 과학기술의 연구 개발기능과 특허행정기능, 특허사법기능은 물론 특허산업, 특허교육의 중심지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이러한 과학기술 및 특허의 네트워크는 대전을 세계적인 과학기술 및 특허의 모델도시로 만들고 있다. 이는 또 지방화 세계화를 위한 국가경영의 모범적 사례가 될 것이다. 게다가 한나라당은 대전의 ‘과학기술수도’안을, 민주당은 ‘행정수도’안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특허침해소송의 제2심을 일반 고등법원에서 특허법원으로 이관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바로 대통령 후보들의 정책을 행동으로 옮기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특허침해소송에서는 특허권을 침해했는지의 여부를 가리는 기술 판단이 재판의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된다. 따라서 특허사건에 대한 기술전문성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기술심리관을 둔 특허법원에서 특허침해소송의 제2심을 전속 관할하도록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수도권에 몰린 국가기능을 지방으로 분산시켜 서울의 기형적 비대화를 막고 인구분산과 국토의 균형발전을 도모한다는 거시적 안목에서도 국회의 현명한 판단이 요구된다.
한복룡 충남대 교수·법학·과학기술 특허포럼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