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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시즌]먹이를 기다리는 ‘7전8기’ 사자들

입력 | 2002-11-01 15:32:00


지난해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삼성 김응룡 감독(61)은 쓸쓸히 잠실구장을 빠져나갔다.

포스트시즌 경기가 끝난 뒤엔 항상 공식기자회견이 있었지만 그는 말없이 그라운드를 떠났다. 그만큼 김 감독에게 패배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해태시절 9차례나 정상에 올랐고 한국시리즈에서 한 번도 패장의 위치에 서보지 않았던 그가 아닌가.

후일 말없이 떠난 이유를 묻는 사람들에게 김 감독은 “패장이 무슨 할 말이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그 후 1년. 김 감독이 다시 정상 도전의 기회를 잡았다. 한국시리즈 상대가 누가 될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기아든 LG든 삼성의 전력에 비해 떨어지는 건 사실. 더구나 양 팀은 플레이오프에서 5차전까지 가는 육박전을 치르는 통에 3일 시작하는 한국시리즈에선 전력이 바닥난 채 싸워야 한다.

여유롭게 파트너를 기다리는 삼성으로선 쾌재를 부를 만한 일. 올해야말로 삼성의 숙원인 한국시리즈 우승을 21년 만에 이룰 절호의 찬스다. 대구구장에서 최종 훈련중인 김 감독은 “어느 팀이 올라와도 어렵다. 지난해에도 삼성이 유리하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신중한 자세. 그러나 내심 지난해의 수모를 씻고 명예회복할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이번 한국시리즈를 벼르고 있는 것은 삼성의 간판타자 이승엽(26)도 마찬가지. 95년 프로에 뛰어든 이승엽은 미국 프로야구의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처럼 페넌트레이스 최우수선수(MVP) 3차례, 시즌 최다홈런기록 경신(54개·99년) 등 온갖 명예를 누렸지만 유일하게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를 끼지 못했다. 승부욕이 남다른 그는 지난해에도 우승을 놓치자 더그아웃에서 한참 동안 눈시울을 붉혔었다.

이승엽은 “나뿐만 아니라 전체 선수들의 컨디션이 아주 좋다. 어느 팀이 한국시리즈에 올라오든 올해는 우승을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고 전의를 다지고 있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