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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화제]‘탱크 톱’의 한국챔프 탄생한다

입력 | 2002-11-01 15:33:00

여자프로복싱 챔피언 벨트를 놓고 겨루게 될 이인영(왼쪽) 김주희. 둘은 국내 첫 프로복싱 여자챔피언에 등극하기 위해 다부진 각오를 다지고 있다.-사진제공 BJI프로모션


국내에서도 첫 여자프로복싱 챔피언이 탄생한다.

16일 서울 캐피탈호텔에서 열리는 국내 최초의 여자프로복싱 타이틀전. 이인영(30·산본체육관)과 김주희(17·거인체육관)가 플라이급 챔프 자리를 놓고 8라운드 대결을 벌인다.

여자프로복싱은 미국 등에선 인기를 끌고 있으나 국내에선 아직 생소한 편. 한국권투위원회에 20명이 선수로 등록되어있지만 어쩌다 한 번씩 남자경기에 앞서 시범경기로 열릴 정도였다. 이인영은 통산 전적이 3전3승1KO승, 김주희는 3전2승1무승부1KO승. 모두 6명이 출전한 이번 플라이급 예선을 통과한 선수들이다.

이들이 프로복싱에 입문한 동기도 재미있다. 이인영은 지난해 8월 TV에서 외국의 여자프로복싱 중계를 보고 바로 체육관을 찾았다. 초등학교 시절 오빠와 자주 권투놀이를 한 기억때문. 여고를 졸업한 뒤 식품회사에서 2.5t트럭을 몰다 최근에는 언니의 분식집일을 거들고 있는 그는 좌우 훅이 강하고 복부공격에 능한 파이터형.

영등포여고 2학년인 김주희는 1학기때 학급 부반장까지 지낸 모범생. 프로복서로 전혀 어울릴 것같지 않은 그가 글러브를 낀 것은 언니의 권유 때문. 중학생 시절 몸이 아파 육상을 중도포기한 뒤 상심하는 그에게 ‘자신감을 기르기에는 복싱이 최고’라고 권한 것. 김주희는 이인영과는 대조적으로 몸놀림이 빠르고 원투 스트레이트에 능한 기교파다.

“여자선수들의 주먹은 별로 아프지 않다. 파고 들어 한 방에 승부를 내겠다”(이인영). “얼굴을 다치는 게 신경 쓰이지만 어차피 맞아야 공격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아직 어리니까 최선을 다할 뿐이다”(김주희). 경기를 앞둔 각오도 모두 당차다. 이들이 받는 대전료는 150만원.

현재 여자프로복싱이 가장 활성화되어있는 곳은 미국이다. 등록선수만도 1000명이 넘고 국제복싱협회(IBA)와 국제여자복서협회(IFBA)로 나뉘어 각각 5명의 체급별 챔피언을 보유하고 있다. IBA는 중량급, IFBA는 경량급 위주.

지난해 6월 벌어졌던 무하마드 알리의 딸 라일라(24)와 조 프레이저의 딸 재키(40)의 대결은 여자프로복싱 최대의 이벤트. 70년대를 뜨겁게 장식했던 아버지들의 라이벌 대결에 이은 이 딸들의 대결은 대전료만도 10만달러(약1억2천만원)에 이를 만큼 인기를 끌었다. 이 경기에서 판정승한 라일라는 지난 9월 IBA 슈퍼미들급 챔피언에 올라 부녀 프로복싱 챔피언의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여자프로복싱은 99년부터 스페인 아일랜드 아르헨티나 등으로 인기가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이번 대회 프로모터인 전 WBC 밴텀급챔피언 변정일(36·BJI프로모션대표)씨는 “프로복싱에 대한 관심이 남자경기에서 여자경기로 넘어가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며 “이번 타이틀전이 침체한 국내 프로복싱의 인기를 되살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