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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대닛 "모든 인간의식은 생리학으로 설명 가능"

입력 | 2002-11-01 18:08:00


19세기 인류학은 야만인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려 했고, 20세기 초반 정신분석학은 어린 아이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려 했다. 20세기 후반 그 바통은 인지 과학이 넘겨받았다. 인지과학은 컴퓨터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려 한다.

인지과학을 선도해온 석학인 미국 보스톤 터프츠대 대니얼 데닛 교수(60)가 한국학술협의회와 대우재단이 주최하는 ‘석학연속강좌’에 초빙돼 2일 내한한다.

미국 하버드대 철학과 출신으로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은 데닛 교수는 인간의 의식을 둘러싼 종교적, 형이상학적, 실존적 신비화를 비판하고 의식을 컴퓨터의 정보처리과정과 유사한 것으로 보려고 해 70년대 인지과학계에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데닛 교수는 방한에 앞서 1일 본보와 e메일 인터뷰를 통해 서울 강연에 큰 기대를 보였다.

-서울 강연에서 한국의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다양한 과학분야에서 의식의 탐구가 순조로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철학적 차원에서 의식 탐구에 대한 몇몇 반대와 혼동이 이런 진행을 가로막고 있다. 나의 강연은 이런 반대의견에 답하고 설명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인간 의식에 대한 보다 명확하면서, 철학적으로 건전한 이론의 길을 여는 것이다.”

-인지과학 분야에서 최근 당신의 관심은 무엇인가.

“전통적으로 철학의 영역에 속한 문제에 생물학, 특히 진화론과 인지신경학을 적용하는 것에 대한 불안이 학자들 사이에 퍼져 있다. 그러나 과학의 진보로 인해 의식에 대한 진화론적이며 유물론적인 접근이 당연히 요구된다. 이는 휴머니스트와 사회과학자들의 연구에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나는 학자들 사이에 퍼진 불안이 잘못이라고 밝히고 교정시킬 임무를 갖고 있다. 또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에 적대적이라고 비판받는 나의 관점이 사실상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을 구하기 위한 시도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그러한 관점만이 인간의식, 창조성, 자유에 대한 우리의 개념에서 정말 소중한 것을 지키는 유일한 관점이라고 생각한다.”

-생리학이나 생물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그런 관점에서 설명될 수 없는 인간 의식의 영역이 존재하는 것 아닐까.

“생리학적 관점에서 설명될 수 없는 의식적 경험의 속성은 없다. 그런 속성이 존재한다고 믿을만한 근거도 없다. 인간 본성에 대한 질문중 생물학을 무시한 질문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

데닛 교수는 8일 오후 3시 한국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 9일 오전 10시 아트선재센터에서 공개강연을 하고 10∼13일 제주도에서 쉰 후 14일 출국한다. 이에 앞서 4∼6일에는 고려대 등에서 국내 철학자 과학자들과 비공개 전문가 세미나를 갖는다.

데닛의 저서로는 ‘지향적 태세(The Intentional Stance·1987)’ ‘설명된 의식(Consciousness Explained·1991)’ ‘다윈의 위험한 생각(Darwin’s Dangerous Idea·1995)’ ‘마음의 종류(Kinds of Minds·1996·국내에는 ‘마음의 진화’라는 제목으로 번역됐으나 절판됨)’ 등이 있다.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