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결위의 계수조정 소위원회가 111조6580억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 세부사항을 확정짓기 위해 4일 회의를 시작했지만 회의 첫날부터 비공개로 진행해, '밀실 심의'를 중단하라는 여론의 질타를 외면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홍재형(洪在馨) 소위 위원장은 이날 1시간에 걸친 기획예산처의 보고가 끝난 직후 "속기록을 작성하지 않은 채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하겠으며, 회의 결과는 발언 요지만 공개하겠다"며 취재기자 시민단체 관계자 등의 회의장 출입을 통제했다.
이날 회의는 "언론 및 시민단체의 접근을 물리적으로 막기 위해 일부러 '작은 방'에서 회의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국회 522호 소(小)회의실에서 여야의원 11명과 기획예산처 당국자 약 25명이 참석한 채 진행됐다.
한나라당 이상배(李相培) 정책위의장은 이날 아침 최고위원회의에서 "언론에 보도된 예산관련 민원을 위한 쪽지 밀어넣기는 절대 하지 말라"고 당부했지만, 이날 회의장 밖에선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이 여야 중진의원에게 '예산증액 및 삭감불가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하연섭(河連燮)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예산심의는 국회의원이 국민이 위임을 받아 실시하는 것으로 당연히 국민의 감시 및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비공개로 국민의 눈을 가린 채 자기지역을 챙기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실련 이강원(李康源) 시민감시국장은 이날 오전 한나라당 민주당사 앞에서 밀실예산심사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인 뒤 "제한된 자료라도 입수해서 예산심의 활동을 평가한 보고서를 공개하겠다"며 "유권자들이 예산심사를 허술하게 한 정치인을 심판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