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옛 구로공단이 IT산업의 산실로 변신하고 있다. 이곳에 입주해 있는 현주컴퓨터 조립라인.-권주훈기자
지난달 말 서울을 방문 중이던 북한 고위급 경제시찰단이 옛 구로공단 단지인 구로동을 방문한 까닭은?
신발이나 가발 공장을 견학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남한의 최첨단 산업과 정보기술(IT)업체들의 생산 현장을 둘러보기 위한 것. 경제시찰단은 이곳에서 휴대전화 단말기 제조업체인 이레전자의 생산라인 등을 꼼꼼히 살펴보면서 남한의 IT산업에 깊은 관심을 표시했다.
구로동은 더 이상 굴뚝 산업의 생산지가 아니다. 2000년 12월 단지 명칭을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바꾼 이래 이곳은 퇴락한 사양산업의 이미지를 벗고 디지털산업의 ‘메카’로 탈바꿈하고 있다.
▽구로공단은 지금 변신 중〓구로구와 금천구 산업단지에는 최근 5년 동안 15층 높이의 아파트형 공장 12개가 들어섰다. 옆으로도 서너 개의 아파트형 공장 신축공사가 한창이다. 이들 아파트형 공장은 공단의 변화를 선도하는 대표적 인프라. 고급스러운 오피스텔처럼 깔끔한 건물 안의 각 층은 IT업체 공장들로 채워져 있다.
섬유디자인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영우는 사무실과 공장이 아파트형 공장 안에 붙어 있다. 회의실 옆의 널찍한 방에서 11명의 병역특례요원이 마우스를 움직여가며 소프트웨어 개발에 열중하는 것이 이 회사의 ‘생산 현장’이다. 그 옆 사무실에서는 엔지니어가 조그만 컴퓨터 칩들을 손질하고 있다.
하루 900여대의 컴퓨터를 조립하고 있는 현주컴퓨터의 공장도 인근에 자리잡고 있다. 5층 이상은 사무실로 사용하고 나머지 층은 조립라인으로 활용하고 있다. LG전자와 롯데전자 등 대기업 공장 외에 한국산업단지공단(KICOX)과 한국전자협동조합 건물,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도 이곳에 들어섰다.
▽‘제2의 테헤란밸리’로 성장 기대〓60여만평의 단지에 입주해 있는 업체 수는 모두 1220여개에 고용인원은 3만3500명. 이중 IT 관련 업체 수가 전체의 7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아파트형 공장의 경우 658개 입주업체 중 전기-전자 분야가 280개, 소프트웨어 업체가 126개, 기계 분야가 170개에 이른다.
이같은 변화는 기존의 섬유-피혁 등 제조산업이 쇠퇴하고 IT산업이 발달하면서 자연스레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IT업체들은 단지 내 인프라와 입지 조건이 사업활동에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함께 움직이는 IT산업에서 관련 업체들이 모여있는 것만으로 상승 효과가 크다는 것. 수출이나 생산라인을 공유하거나 단지 내 운송 수단을 함께 사용해 비용을 줄이기도 한다.
산업단지공단 조성태 홍보팀장은 “수출 감소와 외환위기 등으로 신음하는 공단을 살리기 위해서는 IT업종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며 “이곳을 ‘제2의 테헤란밸리’로 집중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디지털산업단지 현황아파트형 공장 내 입주업종 분포업종기계전기·전자소프트웨어석유화학패션디자인연구개발임대·건설기타합계업체수1702801261520111323658
생산, 수출, 고용실적 2001년 실적2002년 예상치2002년 7월국가단지 전체대비생산(원)4조7338억4조9227억2조8607억2.7%수출(달러)14억3000만15억8억1900만2.1%고용(명)3만30863만35003만64317.1%자료: 산업단지 공단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