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시즌이 시작되고 첫 경기부터 내리 4연패. 3일 마침내 KCC 이지스를 상대로 귀중한 1승을 올린 SK 빅스의 유재학 감독에게 축하전화를 했다.
“애썼어.”
“네, 고마워요.”
“이겼는데 목소리가 왜 그렇게 힘이 없어?”
“아휴, 한번 이기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많은 감독들은 시즌 시작 전 경기 일정표가 나오면 30승 정도를 플레이 오프 진출선으로 보고 예상 승수를 계산해 본다. A팀에게는 최소한 5승을 해야 하고, B팀에게는 반타작. 10팀 가운데 남들이 다 4약으로 제쳐놓은 팀이라도 이러한 도상계획으로는 6강 진출이 가능한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초반에 연패를 당하게 되면 그들의 계획은 차질을 빚는다. 연패의 고리를 끊기는 쉽지 않다. 우선은 자신감을 잃기 때문이고 또 다른 이유는 다른 팀들의 집중공격을 받게 되는 데 있다. 연패팀에게는, 또 하위팀에게는 절대 져서는 안된다는 그들만의 생존원칙이 있기 때문이다.
본인들은 기억하고 싶지 않겠지만 지난해 우승팀 동양이 한 때 32연패를 당한 적이 있다. 연패가 끝없이 이어지자 안타까운 나머지 여유있는 팀이 한 번 져주면 안되나 하는 농담 아닌 농담까지 오갔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는 비정한 것인가. 어느 팀도 그런 여유를 보여주지 않았다. 이 32연패 기록은 앞으로도 웬만해선 깨지기 힘들 것이다.
주전선수의 부상과 기대에 못 미친 용병들의 경기력 등을 감안하면 유감독의 첫 승은 비록 4연패 뒤에 이루어진 것이지만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KCC에게 이기기 전까지만 해도 어느 팀 하나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서질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그 날 밤 12시, 이제는 숙소에 도착했겠지 하는 생각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어디?”
“아직도 오산이예요. 차가 왜 이렇게 막히는지 모르겠어요”.
일요일 저녁엔 고속도로가 막히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도 유감독은 버스 속에 갇혀 있는 게 어느 때보다 힘든 모양이다. 4연패를 당한 지난 한 주일동안 잠 한번 제대로 잘 수 있었을까. 지금쯤은 잠이 쏟아지겠지.
“유감독, 내일 낮까지 푹 좀 자시오”. 이렇게 말하고 얼른 전화를 끊었다. 농구 감독, 정말 골치아픈 직업인가 보다.
한선교 hansunkyo@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