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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시즌]양준혁, 우승에 한맺힌 사내

입력 | 2002-11-04 17:37:00


“너무 오버하는 것 아냐?”

3일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린 대구구장 관중석 곳곳에선 이런 말이 흘러나왔다. 삼성 최고참 양준혁(33·사진)을 두고 하는 소리였다.

양준혁의 눈에 띄는 제스처는 2회부터 시작됐다. 선두타자로 나가 2루타를 날린 그는 마치 결승타를 터뜨린 것처럼 주먹을 불끈 쥐고 요란한 동작을 선보였다. 여기까지는 그렇다고 치고 문제는 다음 장면.

진갑용의 중견수쪽 깊은 플라이 타구때 리터치해 3루까지 내달린 양준혁은 서서 여유있게 들어가도 되는 상황에서 과감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했다.
그 뿐이 아니었다. 그는 선수들이 더그아웃으로 들어올때마다 뛰쳐나가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해주고 엉덩이도 두드려 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박수도 누구보다 열심히 쳤다. 평소의 양준혁과는 너무 달랐다. 왜 그랬을까.

양준혁은 우승에 한이 맺혀 있다. 그는 야구 시작하고 나서 한번도 우승이란 걸 해본 적이 없다. 남도초등학교와 경운중, 대구상고와 영남대 등 가는 곳마다 팀전력이 약했기 때문이다. 그의 불운은 프로에서도 이어져 소속팀이 한번도 한국시리즈 정상을 밟지 못했다.

사정이 이러니 올해만큼은 꼭 우승해야겠다는 집념이 경기장에서 드러난 것이다. 지난해까지 9년연속 3할타율을 때려 ‘방망이를 거꾸로 잡아도 3할은 친다’는 평가를 받았던 양준혁이지만 올해는 최악의 성적을 냈다. 타율 0.276에 14홈런 50타점.

그는 지금 시즌전 구단과 맺은 ‘마이너스 옵션’ 때문에 연봉중 1억원까지 반납해야 할 처지. 자유계약선수(FA)로 풀려 계약금 10억원 연봉 3억3000만원에 4년계약을 맺은 양준혁은 규정타석 미달시 5000만원을 반납하고 90경기 출전과 타율 0.270, 60타점 등 세가지 조건에 한가지라도 미달될 경우 1억원을 반납한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삽입했었다. 타점 10개가 모자라기 때문에 꼼짝없이 1억원을 구단에 물어줘야 할 신세.

이렇게 우울한 속에서도 양준혁은 “우승을 위해서라면 이 한몸 바치겠다”며 투혼을 불사르고 있다. 그렇게 바라던 우승의 꿈. 양준혁의 이 간절한 꿈을 아는 사람들은 그의 ‘오버 액션’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게다.

대구〓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