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자신의 빵집에서 빵을 들어보이고 있는 리오넬 프와렌(왼쪽). 오른쪽은 그의 사망소식이 전해진 뒤 그의 빵가게 앞에 진열된 빵을 바라보는 고객들. - 파리AP연합
“그는 프랑스 빵에 명품의 이미지를 더해준 정열적인 휴머니스트였다. 품질을 높이려는 그의 노력은 지칠 줄 몰랐으며 전통에 치중한 그의 ‘작품’은 세계의 식탁을 마술에 걸리게 했다.”
장 피에르 라파랭 프랑스 총리는 2일 한 제빵업자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이 같은 애도 성명을 발표했다. 제빵업자의 사망에 총리가 성명을 발표한 것은 아무리 음식문화를 존중하는 프랑스라지만 극히 이례적인 일. 하지만 그 제빵업자가 리오넬 프와렌(향년 57세)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프와렌씨가 만들어낸 빵은 세계 최고의 빵 맛을 자랑하는 프랑스에서도 명품에 속한다.
프와렌씨는 지난달 31일 부인과 함께 자가용 헬기를 몰고 프랑스 북부 브르타뉴 연안에 있는 자기 소유의 섬 리맹에 착륙하려다 짙은 안개에 휘말려 추락했다. 프와렌 부부의 사고 소식에 프랑스는 경악했다. 음식의 명인(名人)이 사회적 존경을 받는 프랑스에서도 프와렌씨는 특별한 인물이었기 때문. 르몽드 등 프랑스 주요 신문과 방송들은 일제히 추도 특집을 내보냈다.
프와렌씨는 제빵업자였던 아버지로부터 14세 때부터 기술을 배웠다. 25세 되던 해인 1970년 빵집을 물려받아 오늘날 자산가치 수십억유로의 ‘제빵 제국’으로 키웠다. 프와렌 빵집의 한 해 매출액은 1200만유로(약 144억원·2000년 기준)가량. 파리 근교의 프와렌 빵 공장에서 매일 나오는 수만개의 빵은 파리와 인근의 2500개 고급 음식점과 식품점에 배달된다. 십여개 유럽국가와 미국에도 매일 공수되며 런던에는 분점도 두고 있다.
그의 성공 비결은 ‘프와렌 빵(Miche Poilane)’만의 제빵 비법을 개발해낸 데 있었다.
그는 80년대 초 1만명의 제빵업자와 직간접으로 접촉하면서 제빵 기술을 연구, 16세기식 전통 제빵 기술에 토대를 둔 프와렌 빵만의 고유한 맛을 만들어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빵은 문명의 정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의 생전에는 매일 아침 파리 생제르맹데프레 거리의 프와렌 본점에 빵을 사려는 시민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그러나 이제는 그가 직접 만든 빵을 먹지 못하게 된 걸 아쉬워하는 파리시민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