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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8월의 저편 165…1929년 11월 24일 (16)

입력 | 2002-11-04 17:57:00


자고 있나 보네.

눈을 뜨자 그녀의 맨발이 보였다. 치마가 물방울을 떨어뜨리면서 그녀의 몸에 착 달라붙어 있다. 허벅지, 무릎, 장딴지, 허리, 나는 젖은 치마 냄새를 들이마셨다.

안 잔다.

어마, 잤다 아닙니까.

눈이 부셔서 그냥 감고 있었다.

태양이 등뒤에 있는 탓에 그녀의 얼굴이 까맣게 보인다. 뛰잇! 뛰잇! 뛰잇! 나무 사이에 숨어 있는 이름 모를 새가 경적 같은 소리를 질렀다.

어때요? 다 졌지예?

응.

피는 지워지는 기라예.

그녀는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치마를 걸레처럼 짰다. 허벅지, 무릎, 장딴지가 보였다.

벗어서 잠시 말리는 게 좋을 텐데.

…그라지예.

나는 싸늘하게 불은 하얀 손을 잡았다. 그리고 물냄새를 거느리고 물소리에서 멀어져, 햇살이 막대기처럼 쏟아지는 나무 사이를 걸어 둘만의 비밀 장소로 돌아왔다.

그녀는 치마를 벗어 상수리나무 가지에 걸고, 쭈그리고 앉아 거기를 가리면서 속옷에 손을 내밀었다.

좀 보자.

싫습니다, 부끄러워예.

부끄러울 일이 뭐가 있나. 이제 숨기고 그럴 거 없다. 일어서라.

그녀는 일어나 팔에서 힘을 뺐다. 나는 8월의 빛에 드러난 하반신을 보았다. 점? 아니다 개미다, 복사뼈에서 장딴지로 기어올라가고 있다.

개미다.

죽여버려예!

나는 집게손가락으로 개미를 짓뭉개고 개미 대신 그 손가락을 위로 위로 옮겨갔다. 젖어 들러붙어 있는 숲을 헤치고 안으로 들어가자 안은 따스하고 촉촉하고, 언제 그렇게 딱딱하고 뻑뻑했냐는 양 매끄럽게 손가락을 맞아 주었다.

좀 더 벌려 봐라.

그녀는 말없이 하라는 대로 했다. 나는 허벅지에 손을 대고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음순에 아랫입술을 대고 혀를 움직이자, 그녀가 숨을 들이쉬고, 그리고 뱉었다. 후우, 하아, 후우, 하아, 후우, 하아.

한 번 더 하고 싶다.

안 됩니다, 아직도 얼얼한데.

이번에는 살살, 천천히 할 테니까.

글 유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