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주경기장 등 서울 시내 5개 경기장의 대통령 전용 귀빈실이 없어진다.
서울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는 경기장 귀빈실을 민간에 임대해 활용도를 높이고 수입 증대도 꾀하기로 했다고 4일 밝혔다.
현재 서울 시내 경기장 중 대통령 전용 귀빈실이 설치된 곳은 잠실주경기장과 잠실체육관, 잠실야구장, 잠실수영장, 목동축구장 등 5곳. 서울월드컵경기장 귀빈실(18평)은 대통령 뿐 아니라 국내외 주요 인사(VIP)들도 사용할 수 있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만들어진 이들 귀빈실은 대통령 내외가 아니면 출입할 수 없는 ‘폐쇄된 공간’. 방을 청소할 때도 비표(秘標)를 달아야 할 정도로 엄격하게 통제됐다.
그러나 올림픽이나 아시아경기대회 등 굵직한 국제행사 외에는 쓸 일이 없어 거의 비워뒀던 게 사실. 잠실수영장과 목동축구장의 귀빈실은 각각 1980년과 89년 설치됐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다.
잠실주경기장 귀빈실은 지나치게 호화롭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돼왔다. 큰 방과 부속실, 화장실, 탕비실 등으로 이뤄진 귀빈실의 면적은 220㎡(약 67평)나 된다. 남농 허건(南農 許楗) 선생의 산수화 3점이 걸려있으며 도예가 조무호(趙懋鎬)씨의 도자기 2점도 놓여 있다.
서울시는 시가 직영하는 잠실주경기장과 잠실체육관, 목동축구장의 귀빈실을 체육단체나 스포츠마케팅회사, 기업 등에 임대하기로 하고 조만간 공개입찰에 부칠 계획. 다만 국제행사 등이 열릴 때는 본래의 용도로 되돌려 대통령이 사용할 수 있도록 조건을 달 예정이다.
위탁 운영 중인 잠실야구장과 잠실수영장은 위탁조건에 명시한 ‘귀빈실 사용 제한’ 규정을 없애 운영 주체가 자체적으로 활용토록 할 계획이다. 잠실주경기장 귀빈실의 미술품 5점도 서울시립미술관에 관리를 맡기거나 한국화랑협회 등에 의뢰해 경매 처분키로 했다.
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 관계자는 “귀빈실 폐쇄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경기장 운영을 흑자로 돌리기 위한 첫 걸음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