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강제연행 [연합]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소속 노조원들이 4일 연가를 이용한 공무원 파업투쟁을 강행했다. 일반 공무원들의 파업 투쟁은 건국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전공노는 연가 파업에 이어 5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1만여명이 참가하는 전국공무원노동자대회를 열기로 해 경찰과 큰 충돌이 우려된다.
▽전공노 집회와 정부 대응〓전공노가 4일 오후 5시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기로 한 전야제는 경찰의 원천봉쇄로 열리지 못했다. 이어 노조원 1000여명은 한양대로 집결해 전야제를 시작하려 했으나 경찰에 의해 강제 해산됐다. 경찰은 이날 35개 중대 3500여명을 교내로 투입해 30여분 만에 노조원 700여명을 연행했다. 이 과정에서 양측간 큰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대통령후보는 전야제에 참가하기 위해 한양대에 도착했으나 경찰의 봉쇄로 행사에 참여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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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노는 5일 오전 서울 전역에서 공무원노조 합법화를 위한 선전전을 벌인 뒤 여의도에서 공무원 노동자대회를 열 예정이지만 경찰은 이를 원천봉쇄하고 전공노가 대회를 강행하면 참가자 전원을 연행해 사법 처리하기로 했다.
행정자치부는 연가신청을 허가하지 않았는데도 결근하고 상경해 집회에 참가하는 공무원의 경우 중징계하고 적극 가담자는 형사고발할 방침이다.
▽연가 신청과 상경〓행정자치부와 각 시도에 따르면 4일까지 연가 신청을 낸 6급 이하 공무원은 경남 9681명, 울산 1056명, 충북 640명, 부산 620명, 전남과 인천 각 400여명 등 모두 1만8000여명이었다.
행자부는 연가 신청을 낸 공무원 중 2700여명만이 이날 실제 출근하지 않았으며 5일 서울에서 열리는 집회에도 경남 1000여명 등 1800여명의 공무원만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전공노는 자체집계 결과 경남 1만3000여명, 부산 3500여명, 울산 3000여명 등 전국적으로 3만여명의 노조원들이 연가 신청을 냈으며 이중 1만여명이 노동자대회에 참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업무 공백〓가장 많은 공무원이 연가 신청을 낸 경남도청의 경우 축산과와 관광진흥과, 농업지원과, 도로과 등 대부분의 부서에서 과장 및 계장 등 간부를 제외한 직원들이 자리를 비워 정상적인 업무처리가 이뤄지지 못했다.
경남도의 한 과장은 “연가를 신청한 직원들은 단감 수확과 벼베기 등 일손지원을 나갔으며 오후에는 사무실로 돌아온다”고 설명했으나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이날 대부분의 지역에서 간부 공무원들은 노조원들을 상대로 연가 신청 반려 및 상경투쟁을 자제하라고 설득하는가 하면 다른 직원들도 일손을 놓고 있는 등 하루 종일 전국의 관가가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민원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은 연가 투쟁에 참여시키지 않겠다는 전공노의 방침에 따라 대부분의 지역에서 업무공백으로 인한 민원 불편은 일어나지 않았다.
한편 제주에서는 노조원 23명이 서울로 상경하기 위해 이날 오후 제주국제공항으로 나갔다가 경찰의 봉쇄로 공항로비에서 항의집회를 갖기도 했다.
이현두기자 ru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