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무쌍한 증시 무림(武林)에서 애널리스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권법은 박스권(拳).”
한 증시 관련 인터넷사이트에 오른 우스개다. 그만큼 박스권 전망은 증시전문가들이 장세를 예측할 때 자주 사용하는 기법.
“지수가 언제까지 얼마가 된다”식의 직설적인 예측은 틀리기도 쉽고 말하는 이도 부담스럽다. 그러나 “올해 말까지 지수는 540∼800의 박스권을 유지할 것”이라는 정도의 예상이라면 말하는 사람도 부담감을 훨씬 덜 수 있다.
지난해 미국 9·11테러 직후 주가지수가 오름세를 보일 때 한 투자전략가가 “이건 외국인이 주도하는 사기장세다. 연말이면 지수가 500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과감한 소신 전망을 내놓은 적이 있다. 결국 이 전망이 크게 틀리면서 그는 소속 증권사를 그만두고 말았다.
최근 증권전문가들은 너도나도 “지수 600∼740의 박스권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한다. 틀릴 때 틀리더라도 화끈하게 전망하는 전문가들이 사라지니 구경하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약간 김이 빠지는 기분이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