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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전평]LG ‘김재현 효과’

입력 | 2002-11-04 22:17:00


“감독님, 오늘 지명타자로 뛰게 해주십시오.”

“에이 자슥아, 네가 감독 다 해라(웃음).”

4일 LG가 원정숙소로 사용한 대구시내 모 호텔 사우나에서 마주친 ‘벌거벗은 두 남자’ 김재현과 김성근 감독이 나눈 짧은 대화다.

포스트시즌 전 고관절 부상으로 뛰지 못하게 된 김재현은 LG의 한국시리즈행을 도운 숨은 주인공. 그는 현대와의 준플레이오프, 기아와의 플레이오프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팀동료들의 끈질긴 투지를 이끌어냈다. 선수들은 김재현의 등번호 7번을 모자에 새기며 그의 몫까지 대신해주자고 결의해 끝내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뤘다.

이날 사우나에서 우연히 마주친 김재현의 부탁에 김 감독은 2차전에서 파격적으로 그를 4번 지명타자로 기용했다. 정상적인 주루가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삼성 선발이 사이드암스로투수 임창용이었던 데다 나머지 선수들의 투혼을 불러일으키자는 목적이었다.

경기 전 “준플레이오프가 끝난 뒤부터 한국시리즈에 대비해 구리구장에서 타격훈련을 해 왔다”고 밝힌 김재현. 그는 2차전에서 한 개의 안타도 때려내지 못했다. 하지만 수술까지 미루고 출전의지를 다진 김재현을 보며 투혼을 살린 LG 선수들은 열세라는 예상을 뒤집고 2차전 역전승을 따냈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LG 선수단을 휘감은 ‘김재현 효과’는 한국시리즈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대구〓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