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포스트시즌]LG 만자니오-이상훈 ‘V계투’

입력 | 2002-11-04 22:17:00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마무리투수로 등판한 LG의 이상훈이 삼성의 9회말 공격을 무실점으로 막은 뒤 포수 조인성과 손을 부딪히고 있다.


‘또 시작인가’ 하는 20년 묵은 마음의 병이 문제였다. 잘 던지던 투수가 1점쯤 내주는 것은 병가지상사. 그러나 한국시리즈 8수생 삼성은 달랐다.

한산하던 삼성 불펜이 장터로 변한 것은 1-0으로 앞선 6회 1사후 LG 조인성의 벼락같은 왼쪽 동점 홈런이 터지면서. 삼성 선발 임창용은 직전까지 단 1안타만 내주며 무4사구 무실점의 철벽 피칭을 자랑하고 있었지만 어느새 삼성 벤치는 좌불안석이 돼 있었다.

역전타는 이런 가운데 터졌다. 2사후 유지현이 더그아웃을 힐끗힐끗 쳐다보며 눈치만 살피던 임창용을 상대로 가운데 안타를 터뜨리고 2루 도루까지 성공. 이어 이병규가 3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꿰뚫는 왼쪽 적시타를 날려 발빠른 유지현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LG는 9회에도 연속 볼넷과 패스트볼로 만든 2사 1, 3루에서 1루 대주자 최만호가 2루 도루를 하는 사이 삼성 포수 진갑용의 3루 견제구가 악송구가 되는 틈을 타 추가점을 올렸다.

LG가 4일 사자굴 대구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삼성에 3-1로 역전승, 귀중한 첫 승을 올리며 7전4선승제의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관련기사▼

- [라커룸]LG ‘김재현 효과’
- 한국시리즈 2차전 경기상보

팽팽한 투수전으로 계속된 이날의 영웅은 섭씨 5도 아래로 떨어진 강추위에도 언더셔츠조차 입지 않은 반소매 차림으로 등판한 ‘열혈남아 듀엣’ 만자니오와 이상훈.

선발 만자니오는 시즌 중 삼성에 1승2패로 약세였지만 이날 신들린 피칭을 선보였다. 3회 갑작스러운 제구력 난조로 볼넷 3개를 남발한 뒤 이승엽에게 희생플라이를 맞아 1점을 내줬지만 6회 2사후 마해영에게 안타를 맞기 전까지 노히트 행진. 결국 만자니오는 7이닝을 1안타 5볼넷 1실점으로 막고 플레이오프 4차전에 이은 포스트시즌 2연승을 달렸다.

결국 만자니오는 7이닝을 1안타 8탈삼진 1실점으로 막고 한국시리즈 최고령 승리투수(39세17일)가 됐다. 종전 기록은 2000년 두산 조계현이 세운 36세 6개월 2일.구원등판할 때마다 질풍같이 마운드로 달려나가는

‘야생마’ 이상훈은 8회 바뀐 투수 장문석이 선두 대타 양준혁에게 볼넷을 내준 이후 등판, 3타자를 연속 아웃시키는 등 2이닝을 탈삼진 3개를 포함해 무안타 무실점으로 막아 승리를 지켰다. 올 포스트시즌에서만 5번째 세이브.

반면 삼성은 이승엽이 3회 희생플라이를 날려 지난해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부터 8경기 연속 타점의 신기록 행진을 한 데 만족해야 했다.

3차전은 하루를 쉰 뒤 6일 오후 6시 잠실구장에서 열린다.

▼양팀 감독의 말▼

▽김성근 감독(LG)〓한국시리즈에서 첫 승을 하니 감개무량하다. 삼성 선발 임창용에게 1, 2번 타순이 약했는데 오늘 유지현과 이병규가 잘 해줬다. 유지현이 임창용의 공을 안타로 만든 것은 내 기억으로는 처음인 것 같다. 이병규는 2번타순에 갖다 놓을 때 잘 때리고 있다. 2차전은 이상적인 시합을 했다. 대구에서 1승1패를 한 건 만족스럽다. 남은 경기에선 투수들을 어떻게 쓰느냐가 관건이다.

▽김응룡 감독(삼성)〓안타 한 개 치고 어떻게 경기를 이기겠는가. 상대 선발이 워낙 좋았고 공도 빨랐다. 우리 3, 4번 타자들이 외야에서 홈쪽으로 바람이 불어 못 치겠다고 하더라. 타자들이 잘 못친 건 바람의 영향도 있는 것 같았다. 3회 볼넷 3개를 얻어 만루가 됐을 때 대량득점을 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 8회 무사 1루에서 강동우가 번트를 실패한 것도 안 좋았다. 1승1패니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하겠다.

▼연합 관련기사▼

- 만자니오, `PS 지킴이'
- 삼성, 방망이 침묵에 냉가슴
- 양준혁, 우승에 한맺힌 사내
- 김재현, 포스트시즌 첫 선발

대구〓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