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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슈]중부권 신당론 다시 모락모락…JP+이인제+이한동

입력 | 2002-11-05 19:00:00


민주당의 분당사태로 판 자체의 유동성이 커지고 있는 정치권에서 ‘중부권 신당론’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의원, 이한동(李漢東) 전 국무총리 등이 2004년4월 실시될 17대 총선에 대비해 중부권에 기반한 신당을 결성할 것이라는 게 이 논의의 뼈대다.

최근 이 의원과 김 총재가 비밀리에 만나 중부권 신당에 합의했다는 설이 나도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물론 양측은 회동 사실 자체를 강력 부인하고 있지만 이 의원과 JP, 이 전 총리가 정치적 생존을 위해 유력한 대안의 하나로 중부권 신당 결성을 모색해 왔다는 것은 이미 정치권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중부권 신당론을 뒷받침하는 가장 유력한 논거는 이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이 의원의 경우는 ‘노무현(盧武鉉)당’에 남아 있을 수도 없고 한나라당에 갈 수도 없는 데다 ‘국민통합 21’ 정몽준(鄭夢準)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는 만큼 차기 총선 및 대권을 겨냥해 지역 기반을 다져놓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지난 주말 이 의원을 만난 경기 출신의 한 탈당 의원은 5일 “이 의원이 ‘대선은 사실상 끝났다. 이젠 차기 총선을 준비해야 한다’며 넌지시 신당 창당에 대한 견해를 묻더라”고 전했다.

JP도 “단 한 사람이 남더라도 당을 지켜 내후년 총선에서 재기하겠다”고 말해 왔다. 자민련 의원들 상당수가 이미 ‘한나라당행’을 저울질하고 있으면서도 선뜻 결행에 나서지 못하는 것은 이 의원과 JP가 손잡을 경우 차기 총선에서 다시 ‘충청 바람’이 일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 대선 출마를 선언했지만 낮은 지지율 때문에 고심 중인 이 전 총리도 이런 연대의 틀이 만들어지면 ‘중부권 대표’로 후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들은 일단 민주당 탈당 의원들을 끌어들인다는 계산도 함께 하고 있는 것 같다. 후보단일화가 불발될 경우 결국 탈당 의원들이 ‘정치적 고아’가 될 것을 우려해 자연스럽게중부권 신당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탈당 의원들과 자민련 의원까지 참여할 경우 30∼40명 가량의 의원을 확보한 제3신당 결성이 가능하다는 것이 추진 세력들의 계산이며, 특히 이 의원과 그의 계보 의원들은 후보단일화의 추이를 지켜본 뒤 이달 하순경 맨 마지막으로 탈당해 중부권 신당 결성에 나선다는 복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내에서도 차기 총선에 대비한 신당 창당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이 있다. 이 의원이 최근 동교동계 의원들과도 자주 만나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동교동계 의원들은 요즘 들어 노 후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총선에 대비하는 편이 현실적이다”는 얘기를 서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중부권 신당이 도상 연습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대선이 눈앞에 닥친 상황에서 미래가 불확실한 정당에 몸을 담으려는 의원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