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동남아국가연합(ASEAN)이 4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중-아세안 정상회담’에서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기로 합의함에 따라 한국 경제에도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양측간에 FTA가 체결되면 아세안은 물론 중국 시장에서도 한국 기업들의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정동(朴貞東) 박사는 “아세안 시장에 중국 제품이 물밀듯이 들어가 일본과 한국 제품을 밀어내고 있는데 FTA가 체결되면 한국 수출 상품은 더 고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 정재화(鄭宰和) FTA팀장은 “중국과 아세안간 FTA로 양자간 관세가 크게 낮아지면 중국시장에서도 피해를 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아세안에 생산기지를 둔 일본 기업이 중국으로 수출하는 상품에 비해 한국이 직접 중국으로 수출하는 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것은 분명하다는 것.
실제로 한국에서 중국으로 수출하는 1, 2위 품목인 전기기기 및 기계류는 역시 아세안이 중국으로 수출하는 1, 2위 품목이다. 한국의 대중(對中) 수출 상위 10개 품목 중 5개(전체 대 중국 수출의 60.2% 차지)가 아세안이 중국으로 수출하는 품목 상위 10개에 포함되어 있다.
아세안 국가들은 시장개방으로 중국 상품이 밀려올 것을 우려하면서도 중국 관세 인하에 따른 수출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아세안 각국 평균 관세는 8∼9%인데 비해 중국은 15%가량이었다.
박 박사는 “동남아를 ‘뒷마당’으로 생각할 만큼 기반을 다져온 일본도 중국의 FTA를 통한 세력 확대에 맞서 아세안과 FTA를 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등 대응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는데 한국은 사태의 심각성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팀장은 “중국은 아세안의 화교 네트워크에 FTA라는 제도적 장치까지 마련해 급속히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등 동남아 시장에서 서서히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과 아세안의 중국 수출 상위 10개 품목. ()는 중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한국순위아세안전기기기(18.6)1전기기기(20.2)기계(11.0)2기계(19.0)플라스틱(10.3)3유류(17.6)석유화학(10.2)4플라스틱(5.6)유류(10.1)5목재류(4.9)철강(6.5)6동식물 유지(4.0)가죽(4.1)7석유화학(3.9)인조 장 직물(3.6)8고무(3.3)인조 단 직물(2.8)9펄프(2.8)섬유제품(2.5)10종이류(2.2)2002년 기준, 아세안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브루나이 태국 베트남 등 7개국 자료:한국무역협회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