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회의실 밖에서는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 의원과 국가정보원측이 북한 핵 문제와 남북경협 연계, 도·감청, 국정원 조직 문제를 놓고 신랄한 장외공방을 벌였다.
정 의원이 기자들에게 회의실 안에서 오갔던 질의와 답변 내용을 상세히 공개하자 국정원 유인희(劉仁熙) 공보관은 “정 의원 말은 99% 사실과 다르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정형근 주장〓정 의원은 “도·감청에 대해 물었더니 국정원장이 ‘구 정권에서는 있었으나 나의 재직중 도·감청은 명백히 없었다’고 답변하더라”며 “우린 증거가 있다. 앞으로 도청 관련자는 반드시 사법처리해 7년 이하 징역에 처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언론인에 대해서도 무차별적으로 도청했다”며 “(여기 있는) ○○○ 기자를 도청한 자료도 여러 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정원 3차장 산하에 19명으로 구성된 특별팀을 지목, ‘북한의 이익을 위한 조직’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국정원장은 그런 공조직이 있긴 하지만 북한을 위한 조직은 아니라더라”고 전했다.
그는 또 “우리 당 김기춘(金淇春) 의원이 ‘오늘(6일) 열리는 남북경협추진위와 북한 핵 문제가 연계돼야 한다’고 했더니 국정원측이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대북지원은 없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정 의원은 “박지원(朴智元) 대통령비서실장이 2000년 3월 9일(싱가포르)과 17일(베이징), 4월 8일(상하이) 대북 비밀협상을 할 때 국정원 3차장이 보좌관으로 동행, 돈 문제 등 정상회담 뒷거래를 했다”고 주장하며 “국정원도 돈 문제말고는 시인했다”고 말했다.
▽국정원 반박〓정 의원이 말을 마치고 회의장으로 들어가자 유 공보관은 “정 의원의 말씀은 사실이 아니다. 나도 정 의원을 과거에 모셔봤지만 소설 같은 것을 잘 쓰신다”며 정 의원의 신뢰도를 공격했다.
유 공보관은 “도청을 한다면 당연히 사법처리돼야 하지만 우린 전혀 한 일이 없다”며 “정 의원 얘기는 근거 없는 정치공세다”고 반박했다.
대북문제와 관련해서도 그는 “경추위 대표단이 오늘 ‘핵문제 해결을 촉구한다’는 내용이 담긴 문안을 갖고 갔다고만 답변했을 뿐 대북 지원 연계 문제는 언급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또 “3차장 편제의 공식 조직에는 19명이 아닌 수십명이 있으나 북한을 위한 조직은 아니다. 재작년에 3차장은 박 비서실장의 보좌관이 아닌 동반자적 입장에서 업무수행을 위해 외국에 간 것이다”고 해명했다.
한편 정보위는 이날 밤늦게까지 실랑이를 벌이다 100억원을 삭감한 내년도 국정원 예산을 통과시켰다.
국정원 예산을 놓고도 신경전이 오갔다. 정 의원과 홍준표(洪準杓) 의원은 △국정원이 도·감청을 마구잡이로 했다 △99년부터 북한 핵에 대해 알고도 대통령에게 보고조차 안 했다 △국정원장 판공비도 너무 많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대북활동비를 포함해 300억원을 삭감하겠다”고 말했다.
유 공보관은 “국정원의 원활한 업무수행을 위해 원안대로 통과되길 바란다”고 협조를 당부했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