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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피플]김선흠 “호미들고 골프장가요”

입력 | 2002-11-07 17:45:00

“골프를 안 쳤으면 세상이 너무 재미없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김선흠씨. 김씨는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코어가 아니라 좋은 동반자“라고 말한다.-변영욱기자


골프를 잘 치는 것과 골프를 사랑하는 것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김선흠씨(53·방송평론가)를 아는 사람들은 그를 ‘세계에서 가장 골프를 사랑하는 여성’이라고 주저없이 말한다.

그의 골프백에는 다른 골퍼에게는 없는 장비 2가지가 더 있다. 비닐 봉투와 호미가 바로 그 것. 골드CC의 유일한 여성회원인 그가 지난 10여년간 라운딩 도중 뽑은 잡초가 한 트럭 분량은 넘는다고. 대장간에 특별히 주문해 만든 호미의 날이 절반이나 닳았을 정도다. 코스에서 주은 담배꽁초도 한 양동이는 넘을 거란다.

“제가 가는 골프장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 시작했죠. 제가 나타나면 캐디들이 바빠져요. 회원이 담배꽁초를 줍는데 캐디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요.”

김선흠씨가 들고다니는 호미.

그가 라운드중 여유있게 잡초를 뽑고 담배 꽁초를 주을수 있는 것은 출중한 골프실력 덕분.

85년 골프를 시작해 3년만에 싱글에 진입한 그가 말하는 요즘 핸디캡은 3∼5오버파(같이 치는 남자들이 핸디를 많이 달라고 조르기 때문에 약간은 높인단다).

‘기록의 여전사’라고 불릴 정도로 그가 보유한 진기록은 화려하다. 한 라운드에서 이글과 홀인원 연속 작성(93년 골드CC), 한 골프장의 같은 홀에서 이글 10개(골드CC 챔피언코스 17번홀), 9홀 언더파 200회 이상, 총라운드 회수 1000여회….

그런 실력인데도 그는 공식 아마추어대회에는 거의 출전하지 않는다.

“실력만 갖고는 안 되더라구요. 갖은 방법으로 스코어를 줄이는 ‘대회꾼’들과 함께 플레이 하는 게 제 성격에는 안 맞나봐요.”

하지만 친선대회에서는 펄펄 난다. 소문난 고수인 선동렬씨(한국야구위원회 홍보위원)와는 핸디를 2점씩 주고 4전4승을 기록중이다.

갈비뼈 4개가 부러진 것을 단순한 근육통으로 알고 근육이완제만 먹었을 만큼 골프에 미쳤던 그가 레이디티를 사용한 것은 불과 3년전부터. 요즘 무릎관절이 좋지 않아 비거리가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230야드는 거뜬히 날리는 그가 굳이 레이디티를 사용하는 이유는 ‘너무 튀는 것도 그렇고 남자들 체면도 살려줘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

그의 바람은 세상을 떠나는 그 날까지 건강하게 골프를 즐기는 것. 얼마나 골프를 사랑했으면 아들에게 “내가 죽은 뒤 화장해서 뼈가루를 골프장에 뿌려달라”고 당부까지 했을까.

안영식기자 ysa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