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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거미줄에 걸린 웹´

입력 | 2002-11-08 17:41:00


◇거미줄에 걸린 웹/로라 J 구락 지음 강수아 옮김/288쪽 1만2000원 코기토

2002한일월드컵에서 우리나라는 4강 진출의 신화를 이룩했으나, 아쉽게도 6월 25일 독일과의 결승진출 경기에서 패하고 말았다. 이틀이 지난 27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의 진행자는 생방송 도중 흥분된 어조로 “지금 속보가 들어왔거든요. 휴대전화로. 이거 사실인가요? 독일이 약물 중독에 걸려서 우리나라가 결승 진출이래요”라고 말했다.

인터넷의 익명성을 이용한 신원미상의 인터넷 사용자가 통신사 뉴스 기사 형태를 모방한 허위 기사로 장난을 쳤음이 곧 밝혀졌으나, 이미 전국에 소식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난 후였다. 대부분의 인터넷 사용자는 인터넷의 거짓정보를 가려낼 수 있는 독해력을 가지고 있지 못했던 것이다.

미국의 저명한 인터넷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로라 J 구락의 이 책은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수가 1000만명을 넘어선 우리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터넷 사회가 확장되면서 웹상의 사기와 흑색선전 등 부작용도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실재하지 않는 관광지를 선전하는 웹사이트(왼쪽)와 미국 정치인 제시 벤추라의 패러디 사이트./동아일보 자료사진

구락은 우리가 웹의 거미줄에 걸리지 않고 비판적 태도를 지닌 의식있는 사용자로 살아남기 위한 해법으로, ‘인터넷 커뮤니케이션의 특성을 이해하고, 개방적이되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고, 사이버공간과 현실세계 사이의 균형감각을 갖출 것’을 제안한다.

그는 이 책에서 사이버 세계의 독해력인 사이버리터러시(cyberliteracy)에 관해 이론적인 배경을 제시하고 인터넷의 속도, 도달성, 익명성, 양방향성 및 이로 인한 우리의 생활방식과 기대치의 변화를 설명하고 있다. 인터넷상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플레이밍(flaming)도 빠지지 않는다. 플레이밍이란 인터넷의 익명성과 개방성을 악용하여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행위를 뜻한다. 저자는 온라인상의 분노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미움의 세상이 아닌, 다양한 사고의 세계에서 살아갈 것을 권한다.

‘젠더와 버추얼리얼리티’장에서 저자는 인터넷상의 성차별이 여전히 존재함을 지적하고, 이어 인터넷상의 혹스(hoax·속이기)와 바이러스의 유포로 인한 문제들을 다룬 뒤 인터넷 커뮤니케이션의 특징인 속도, 도달성, 익명성을 이해하고 비판적인 태도를 취할 것을 제안한다. 개인정보보호와 저작권의 이해대립에 관한 문제 및 전자상거래, 온라인쇼핑몰의 장단점과 인터넷의 상업화에 대해서도 언급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사이의 균형감각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인터넷의 가능성과 능력은 굉장하지만, 인터넷은 결코 실제 세계가 아님을 강조한다.

이 책의 아쉬운 점은 인터넷 중독을 심도있게 다루지 않았다는 점이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인터넷 중독 문제를 면밀하게 고찰하는 것은 사이버리터러시를 위해 중요한 작업이다.

사이버리터러시, 즉 사이버공간에서 허구와 진실을 가려낼 수 있는 능력, 정당한 논쟁과 극단주의를 간파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능력, 비판적이고 적극적인 독해력 등을 갖추는 것은 웹의 거미줄에 걸리지 않는 의식있는 인터넷 사용자가 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여러 가지 흥미로운 사례와 저자의 재치있는 설명은 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해 줄 것이다.

손연기 정보문화센터 소장·전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