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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고르고 나서]수능서 위력떨친 ‘독서의 힘’

입력 | 2002-11-08 17:41:00


올 수능시험이 6일 치러졌습니다. 다른 영역은 들여다봐도 도무지 모르겠고, 신문에 나온 언어영역의 시험문제만 언뜻 훑어보았습니다. 한눈에도 예전엔 보기 힘들었던 새로운 유형의 문제들이 나와 있더군요. 미국 작가 올덴버그의 ‘거대한 담배꽁초’라는 작품사진을 싣고 이 작품의 표제를 유추해보라는 질문이나 소설가 이문구씨의 소설 ‘관촌수필’의 한 장면을 TV드라마로 만들 때 야외세트에 카메라를 배치해보라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지문도 꽤 길어서 수험생들이 언어영역이 가장 까다로웠다는 반응을 보인 것도 무리가 아니겠다 싶었습니다. 이렇듯 암기력보다는 종합적 사고력과 논리력, 창의력을 측정하는 문제를 잘 풀려면 깊이 있는 독서를 많이 한 수험생이 훨씬 유리할 것 같더군요. 얼마 안 있으면 논술시험도 치러야 할 텐데, 짧은 기간에 얄팍한 요령만 익히기보다 단지 몇 권이라도 양서를 정독하는 것이 보탬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이번주 1면 머리기사로는 인도인들이 ‘바푸(아버지)’라 불렀던 마하트마 간디의 비범한 삶을 조명한 ‘영혼의 리더십’을 선택했습니다. 폭력과 테러가 일상화된 시대에 사람들의 영혼을 움직이는 간디의 리더십과 그가 이 세상에 남긴 정신적 유산을 되새겨보는 것도 뜻깊은 일일 것입니다. 아울러 이 책은 남자 그리고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 간디의 인간적 면모를 엿보는 즐거움도 안겨줍니다.

‘시계 밖의 시간’(3면)은 문화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시간의 의미를 논리적이고 유쾌하게 그려낸 책입니다. 부룬디에서는 얼굴을 분간하기 힘든 칠흑 같은 한밤중의 시간을 ‘누구세요-밤’이라고 한다네요. 또 인도의 라자스탄에서는 저녁에 가축떼가 돌아오는 순간을 ‘소먼지 시간’이라고 부르고요. ‘도시의 시간’을 뒤로 하고 이 세상 곳곳에서 살아 숨쉬는 ‘자연의 시간’을 느껴보십시오.

찬란한 신세계로 다가왔던 인터넷에 대한 예리한 비평을 담은 ‘거미줄에 걸린 웹’(3면)과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기억들과 소멸되어 가는 우리말과 이야기의 원형을 복원해놓은 ‘옛날옛날에 오늘오늘에’(6면) 등도 꼼꼼히 짚어보았습니다.

고미석기자 출판팀장·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