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검찰이 발표한 ‘서울지검 피의자 폭행사망사건’에 대한 중간수사결과 발표에서 사망한 조천훈씨의 공범 박모씨(28)가 조사과정에서 물고문을 당했을 개연성이 큰 것으로 나타나 파문이 일고 있다.
검찰 일각에서는 자칫 87년 물고문을 당하다 숨진 박종철(朴鍾哲)군 고문치사 사건과 같은 대형악재로 비화하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대검 감찰팀은 숨진 조씨와 함께 살인사건에 연루된 박씨가 얼굴에 수건을 쓰고 물고문을 당했다는 진술의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살인혐의 공범으로 구속된 박씨는 영장실질심사와 감찰팀에서 “지난달 25일 자정 무렵 수사관 두 명이 10분간 바가지로 물을 퍼내 얼굴을 흰 수건에 가리고 3, 4차례 물을 부었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박씨에 따르면 당시 수사관 2명은 박씨의 몸을 눕힌 뒤 상반신을 특별조사실 화장실 안쪽으로 옮겨놓고 물을 부었다는 것이다.
목격자의 진술도 박씨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박씨가 물고문을 받았다고 주장한 시점 이후인 지난달 26일 오전 8시반경 박씨의 트레이닝복 상의가 물에 젖어 있었다는 목격자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씨에게 물고문을 했다는 수사관 2명이 물고문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어 그 목적과 동기는 쉽게 밝혀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씨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가벼운 물고문을 통해 피의자에게 ‘공포감’을 불러일으켜 자백을 받아내려는 의도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감찰팀이 사망 사건 발생 직후 조사실을 봉쇄하고 현장을 조사했으나 바가지와 수건을 찾지 못한 점도 수사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물고문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수사 지휘 라인에 대한 징계의 수위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여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사무총장 김인회(金仁會) 변호사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이후 검찰 수사관행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야만적인 고문행위가 밀실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말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