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부를 들인 스님이 이름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제공 현진스님
아침 공양이 끝나고 교무스님이 큰방에서 뜻밖의 손님들을 소개했다.
“임오년 동안거, 선원에 방부 드리는 스님들입니다!”
겨울 동안 선원에서 정진할 새로운 식구들이었다. 안거(安居)를 앞두고 스님들이 하나 둘 모여들면 명절을 앞둔 종갓집처럼 객실(客室)마다 불을 밝히고 손님을 맞는다.
자세히 살펴보니, 선방의 장판 때가 묻을 대로 묻은 구참(久參/선방에서 20년 이상 정진한 스님)들이 여럿 계시고 또 지난 여름에 살았던 낯익은 스님도 눈에 띄었다.
교무스님에 의해 이름이 소개될 때마다 그 이름의 주인공은 ‘예’하며 합장을 했다.
“예!”
“본사(本寺)는 해인사, 은사(恩師)는 성범스님 입니다”
수염이 덥수룩한 청암스님은 구참에 가까울만큼 출가이후 줄곧 선방에서 수행을 해 온 선승(禪僧)이다. 그러니까 이번 겨울에는 풋내기 시절 중노릇을 함께 익혔던 도반(道伴)과 함께 정진하는 셈이다. 이제 또 다시 같은 도량에서 만나 수행한다고 하니 생각만 해도 마음 든든하다.
선방 공부는 3개월을 기준으로 구름처럼 모이고 헤어진다. 그래서 수행자를 일러 운수납자라고 한다. 이 때문에 3개월마다 선원은 새로운 수행자가 모이고 계절마다 좌복은 주인을 바꾼다. 수행기간을 3개월로 나눈 것은, 마을의 일도 그렇겠지만 출가의 길도 정이 너무 들면 본래 공부에 소홀해진다는 이유가 더 크다.
그렇지만 해인사에서 안거(安居)를 지내기란 쉽지 않다. 최소 5년 이상의 법랍(출가한 나이)이 있어야 하고 선착순으로 입방(入房)을 허락하기 때문에 신청해 놓고도 몇 철을 기다려야 가능하다. 그래서 해인사는 여름 수련회와 함께 선원도 경쟁률(?)이 높다는 우스개 소리가 전하기도 한다.
큰 방에서 인사를 나눈 스님들의 이름은 용상방(龍象榜)에 그 이름이 붙여지는데 이를 일러 ‘방부’라고 한다. 그러므로 방부는 대중들에게 얼굴과 이름을 알리는 ‘첫 의식’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에 방부한 대중은 몇 명일까. 끝으로 교무스님이 그 궁금증을 풀어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올 겨울에 선원에서 정진할 대중은 모두 40명입니다!”
해인사 포교국장 buddha122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