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용 비행기. 한국에선 몇 안 되는 재벌총수들에게나 어울릴 법한 교통수단이다. 하지만 미국 골프스타들에겐 자가용 비행기가 이동 수단으로 일반화된 지 오래다.
1961년 에어로커맨더500을 구입한 아놀드 파머가 ‘비행기 오너’가 된 첫 프로골프 선수. 밤새 자동차를 운전하며 미국 대륙을 돌아다니던 골프선수들에게 파머의 비행기는 부러움의 대상인 동시에 ‘삶의 목표’이기도 했다. 파머가 현재 소유한 자가용 비행기는 사이테이션X.
파머에 이어 두 번째로 비행기 오너가 된 골퍼는 60년대 중반 에어로커맨더680을 구입한 잭 니클로스. 지금도 이 두 골프 원로들은 세계 곳곳에서 자신들의 이름을 따 지어지고 있는 골프코스를 답사하기 위해 자가용 비행기에 오른다.
요즘은 한물 간 골프스타 대접을 받고 있는 그렉 노먼의 ‘비행기 욕심’은 유명하다. 수년 전 노먼은 보잉737과 규모가 같은 보잉비즈니스제트기(BBJ)를 구입하려 했다. BBJ는 비행기 가격만 3500만 달러(약 420억원)에 이르고 내부장식 비용이 1000만 달러가 드는 초호화 자가용 비행기. 노먼은 결국 비용 문제로 이 비행기의 구입을 포기하고 대신 호화 침실을 갖춘 걸프스트림V를 구입했다. 노먼은 단거리 여행을 위해 500만 달러 상당의 벨430 헬리콥터도 소유하고 있다.
비행기를 구입하는 게 버거운 골프스타들은 ‘비행기 공유 클럽’에 가입한다. 파머가 소유하고 있는 사이테이션X 같은 기종을 이용하려면 연 100시간 기준으로 210만 달러의 연회비와 1만5000달러 정도의 월 관리비가 들어간다. 골프스타뿐만 아니라 샘프라스 같은 테니스 스타, 최고경영자들도 이런 공유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매주 일요일 대회가 끝나자마자 다음 대회지로 이동해야 하는 골프스타들에게 자가용 비행기는 더 이상 사치품이 아니다. 미국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은 언제쯤 자가용 비행기를 구입할 수 있을까.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투어에 나서는 한국 선수들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