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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성교수의 뇌의 신비]아인슈타인은 뇌도 유별나?

입력 | 2002-11-10 17:23:00


인류의 발전은 모든 사람의 노력으로 점진적으로 이루어졌다기보다는 몇몇 천재에 의해 불연속적으로 일어난 것 같다.

사실 에디슨이나 라이트 형제가 없었다면 우리는 아직도 라디오도 비행기도 없는 시대에 살고 있을지 모른다. 우리는 이런 천재들의 뇌가 도대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지만 이들의 뇌를 조사할 기회는 매우 드물다. 예외가 있다면 상대성 이론으로 유명한 아인슈타인인데, 요즘 그의 뇌 조직이 우리나라에서 전시되고 있어 화제다.

아인슈타인은 수학의 천재였지만 다섯 살이 되어서야 말을 하기 시작했고 국어 성적은 언제나 바닥권이었다. 그는 76세에 복부의 대동맥 파열로 사망했는데 생전에 자신이 사망하면 자신의 뇌를 연구해도 좋다고 했기 때문에 가족들은 부검을 허락했다.

이에 병리학자 하비는 그의 뇌를 적출하여 보관하였고, 캐나다 맥마스터대학의 위텔슨 교수팀은 그들이 연구용으로 갖고 있던 정상인들의 뇌와 아인슈타인의 뇌를 비교 분석하게 됐다. 그들이 발견한 사실은 이렇다.

우선 아이슈타인의 뇌 무게는 1230g으로 보통 사람과 차이가 없었다. 특이하게도 뇌의 두정엽(마루엽)이란 부분이 정상인보다 15% 정도 더 넓었다.

뇌의 구조를 살펴보면 뇌의 앞부분인 전두엽과 옆 부위인 측두엽을 가르면서 뻗어져 있는 ‘실비우스구’라는 경계가 있다. 또 뇌의 부위 중에 두정엽이라는 곳이 있는데 두정엽 앞쪽에서 위 아래로 뻗어져 있는 ‘후중심선’이 있다. 보통 인간의 뇌는 실비우스구와 후중심선이 마주치지 않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의 뇌는 이 실비우스구와 후중심선이 그대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두정엽 아래 부위가 넓어진 것이다.

이는 위텔슨 교수도 한 번도 본적이 없는 기형적인 모습이라는 것. 이 넓어진 부위는 인간의 기하학적 공간 구성 및 계산 능력을 담당하는 곳에 해당된다. 결국 그의 비상한 수학적 능력은 이러한 기능을 담당한다고 생각되는 뇌의 부위가 보통 사람에 비해 월등히 크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을 것 같다. 반면 보통 사람과 같은 크기의 뇌에서 특정 부분이 커졌다는 이야기는 그만큼 다른 뇌의 기능, 예컨대 언어 능력의 부족함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뇌의 크기나 모양이 그 사람의 재능과 반드시 연관되는 것은 아니다. 이보다는 효과적인 뇌신경의 연결이 지능에는 더욱 중요하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뇌가 워낙 특이하게 생겼고 아인슈타인은 너무나 천재였기에, 역시 뛰어난 천재의 뇌는 뭔가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