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승부사인가, 아니면 항상 최고의 선수만을 거느릴 수 있었던 엄청난 행운아인가.
삼성 김응룡 감독(61)에 대한 해묵은 논란은 이제 접어둬야 할 것 같다. 모든 것은 결과가 말해주는 법. 그가 왜 4차전에서 엘비라와 임창용의 ‘원투펀치’를 한꺼번에 마운드에 올리는 도박을 감행했는지 따위의 비판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야구의 신’이라고 해도 감독 생활 20년 중 절반에 이르는 10번의 우승컵을 거머쥘 수 있을까. 그것도 한국시리즈에서 딱 한번을 뺀 90.9%의 우승확률을 자랑했다. 11차례의 한국시리즈 통산 성적은 승률 0.712에 이르는 42승17패2무. 그 누가 감히 그의 빛나는 업적을 깎아내릴 수 있을까.
하지만 이런 김 감독도 어쩔 수 없는 인간. 그는 지난해 시즌을 앞두고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18년간 정든 해태를 떠나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주저앉고 마는 삼성의 저주에 가까운 불운을 직접 자신의 손으로 끊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김 감독은 이적 첫해인 지난해 전력상 약세인 두산에 초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2승4패로 역전패하는 아픔을 겪었다. 개인적으로는 야구인생의 첫 시련이었고 삼성으로선 ‘우승청부사’를 모셔와도 어쩔 수 없다는 절망감만 배가시킨 한해였다. 김 감독의 지도력에 대한 누수현상이 여기저기서 생겨난 것은 당연한 수순.
하지만 김 감독은 이대로 주저앉지 않았다. 그의 말처럼 아직은 개성 강한 초호화 스타군단 삼성의 선수들을 완전히 장악하지는 못했지만 채찍과 당근을 적절히 섞어가며 선수들에게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줬다.
그 결과 김 감독은 세계 프로야구사에 전례가 없고 앞으로도 깨지지 않을 ‘V10’의 위업을 달성했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