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끝난 후 LG 트윈스의 덕아웃은 적막하기만 했다.
물끄러미 우승 헹가래를 치고 있는 삼성 선수들을 바라보기만 할 뿐 표정은 그저 굳어있어 마치 망자를 애도하는 듯한 생각이 들 정도였다.
몇몇 LG 선수들의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은 승자인 삼성 선수들의 얼굴을 적신 그것과는 분명히 달랐다.
결코 주눅들지 않은 무언가 단호한 의지를 느끼게 해주는 모습이었다.
그들은 단지 경기에서 졌을 뿐 자기 자신과의 승부에서는 분명히 승리했다.
LG 트윈스는 올 시즌 프로야구 정규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중하위권 전력으로 평가되었던 팀. 사실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는 것도 예상치 못했었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플레이오프에 턱걸이 한 LG는 객관전 전력상 우위에 있는 현대와 기아를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차례로 꺾는 돌풍을 일으키며 한국시리즈까지 진출.
한국시리즈에서도 최강 전력인 삼성에게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나왔지만 LG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5차전까지 거의 매번 팽팽한 접전을 펼치며 경기를 6차전까지 끌고 갔다.
6차전에서도 9회초까지 3점을 앞서가는 등 선전했지만 결국 선수들의 연이은 경기에 따른 체력 고갈 등이 나타나면서 아깝게 무릎을 꿇고 말았던 것.
이번 LG의 준우승은 삼성의 우승에 결코 뒤지지 않는 찬사를 들어 마땅하다.
주전 선수들의 부상, 병역 문제 등으로 전력에 차질을 빚었지만 김성근 감독의 철저한 데이터 야구를 중심으로 선수들이 뭉쳐 최고의 팀워크를 발휘했던 것이 준우승을 일구어낸 가장 큰 요인.
비록 올 시즌에는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지만 2002시즌에서 그들의 보여준 놀라운 투혼은 다음 시즌 LG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LG 트윈스, 그들은 진정한 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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