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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포커스]IT기술-비즈니스모델 분쟁

입력 | 2002-11-11 18:09:00


포털사이트 운영업체 NHN은 지난달 25일 코스닥 첫 거래를 하루 앞두고 난감한 소식을 접했다.

한 소프트웨어 개발사가 “인터넷 여론조사 방법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NHN을 상대로 서울지법에 소송을 냈다는 것. 코스닥위원회는 거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즉각 심사에 나섰고 NHN은 해명에 진땀을 빼야 했다.

최근 정보기술(IT)업체들이 잇따르는 특허권 분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때 벤처 붐을 타고 쏟아졌던 각종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BM) 특허에 대해 업체들이 권리찾기에 나섰기 때문. 지금 테헤란밸리에서는 이 같은 특허 분쟁을 놓고 찬반 양론이 팽팽하다.

▽너도 나도 특허 소송〓대표적인 것이 휴대전화 벨소리 다운로드 특허. 야호커뮤니케이션은 7월 다날이 이 기술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서비스 사용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이 사건은 법원이 지난달 말 “다날이 벨소리 송수신 이외에 야호측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기각해 일단락된 상태. 그러나 3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한 본안 소송은 계속되고 있다.

인포허브도 ‘휴대전화를 이용한 전자화폐 결제서비스’ 특허를 놓고 지난해 말 다날과 모빌리언스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다날은 인포허브측과 합의했지만 모빌리언스는 새로운 특허로 역공격에 나섰다. ‘단문 메시지 서비스(SMS)를 이용한 전자결제 시스템’에 관한 특허를 따낸 뒤 다날을 상대로 맞소송을 낸 것.

MP3플레이어의 음향재생 방법, 지문이나 홍채 인식을 통한 인증 시스템, 휴대전화 금융서비스 등도 모두 소송이 진행 중인 특허들이다.

외국기업과의 국제 특허분쟁도 있다. 이스라엘의 휴대저장 장치업체 ‘엠시스템즈’는 최근 정명텔레콤의 미국 판매법인을 상대로 특허권 침해금지 청구소송을 미 연방법원에 냈다.

▽소송이 계속되는 까닭은〓특허 소송은 2000년 특허 출원 및 등록이 봇물처럼 쏟아지면서 어느 정도 예상됐다. 방어적 차원에서 ‘일단 등록해 놓고 보자’ 식의 특허도 많았다. 한 업체는 최근 2년간 특허출원한 기술만 70여건.

특허청도 심사 서류에 문제가 없으면 대부분 그냥 특허를 내줬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개념이 모호한 BM이나 그 범위가 지나치게 포괄적인 일부 기술까지 특허로 인정됐다.

따라서 특허 관련 소송이 잇따를 경우 앞으로 ‘소송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크다.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권리 행사를 자제하고 있다가 최근 ‘파이’가 커지자 소송을 내는 업체도 상당수다.

그렇다고 승소를 장담하기도 어렵다. 특허권을 행사하려면 일단 그 범위가 명확해야 하고 이에 포함된 기술을 전부 사용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여러 분야의 기술이 얽혀 있는 IT산업에서 업체들은 보통 한 분야에만 집중하므로 이를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다는 것. 이 때문에 ‘양측 누구도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의견 엇갈리는 업계〓특허 분쟁에 대해 “기술 개발에 들어간 투자와 노력을 감안할 때 철저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과 “발목잡기식 권리 행사로 IT기술 발전을 저해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그러나 비슷한 신기술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20년의 독점권이 인정되는 특허를 무조건 보호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무분별한 특허에 제동을 걸겠다’는 취지로 진행 중인 소송도 있다. 시민단체 진보네트워크가 ‘인터넷을 이용한 원격교육 방법’ 특허를 놓고 삼성전자를 상대로 진행 중인 소송이 바로 그것. 99년 시작된 이 소송은 아직도 특허법원에서 심리가 진행 중이다.

법무법인 지평의 남희섭 변리사는 “BM이나 IT 특허는 상호연관성이 큰 데다 순차적인 사슬 구조로 얽혀 있어 첫 기술이 특허에 묶여 있으면 이후 개발을 제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 관계자는 “잇따라 개발되는 신기술 앞에서 과거의 특허를 어디까지 보호해야 할지 여부를 놓고 아직도 법률적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