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일산 제작센터’가 들어설 경기 고양시 일산구 장항동 부지 일대는 이미 오피스텔 20여동이 빼곡히 자리잡고 있다. 또 인근에 10여동의 오피스텔이 건축 중이어서 ‘오피스텔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런 가운데 MBC가 무려 1500여실 규모의 오피스텔 건물을 포함한 방송제작센터를 건립하겠다고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방송사가 오피스텔을 짓는 것도 문제지만 ‘통신촬영시설 및 관련 시설’로 정해진 권장용도를 사실상 무시하는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MBC 관계자는 “밤낮 없는 방송업무의 특성상 관련 업종 종사자들에게 오피스텔을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주변에 이미 오피스텔이 많이 존재하는 데다 오피스텔의 일부를 방송 관련시설이라고 주장해 설득력을 잃고 있다.
문제의 부지는 공동주택, 기숙사 등은 지을 수 없다는 제한 용도가 있는데도 건축법상 오피스텔은 주거용이 아니라는 이유로 MBC측은 오피스텔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고양시가 3월 일산신도시 일대의 오피스텔을 조사한 결과 58.8%가 주거전용인 것으로 나타나 오피스텔은 당초의 목적과는 달리 언제든 주거용으로 바뀔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고양시가 MBC의 요구대로 오피스텔 건립을 승인해 주면 이 부지와 맞닿아 있으며 권장용도가 역시 ‘통신촬영시설 및 관련시설’인 1만여평의 부지에도 건설업체 등의 요구대로 오피스텔 건립을 승인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MBC는 고양시 고위간부들을 상대로 1일 사업설명회를 개최했고 그 이전에도 수 차례 실무자들이 고양시 담당 공무원을 만나 사업내용을 설명한 뒤 사업계획서를 접수시켰다. 아직 허가는 나지 않았지만 양측간에 사업내용에 관한 사전조율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고양시 내부에서도 실무진을 중심으로 오피스텔이 대거 포함된 MBC 제작센터 건립은 원칙에 맞지 않는다며 반발하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일산신도시는 인구와 교통 등이 계획된 도시인데 예정에 없던 오피스텔로 인해 기반시설 잠식 등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라며 “이번 MBC건의 허가보다도 앞으로 밀려들 용도변경 요구가 더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고양〓이동영기자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