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낀 영종도의 인천공항. 동아일보 자료사진
안개는 자동차, 배, 항공기의 적이다. 특히 바다 안개인 해무(海霧)가 자주 발생하는 인천공항은 사고의 위험 때문에 항공기 이착륙이 금지돼 공항 기능이 마비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부산대 대기과학과 안중배 교수팀은 기상청 연구팀과 함께 수치 모형을 이용해 해무를 하루 전에 예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최근 열린 한국기상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이 프로그램은 기상청의 예보용 슈퍼컴퓨터에서 가동되도록 개발됐다. 안 교수는 “1999년부터 2002년까지 3년 동안의 기상 자료를 슈퍼컴퓨터에 넣어 안개 예측 모의실험을 하고 이를 인천 신공항의 실제 안개 관측 자료와 비교한 결과 70%의 예보 적중률을 보였다”고 밝혔다.
안 교수는 “이런 적중률은 사람이 경험적으로 하는 예측의 적중률과 거의 비슷하지만, 안개의 발생과 소멸을 정확히 예보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데 비하면 큰 진전”이라며 “기술을 보완하면 몇 년 뒤에는 정확한 예보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그동안 해무 예측은 바닷물의 온도를 측정하기가 어려워 예보관의 주관적 경험에 의존해 해왔었다. 서울대 임규호 교수(기상학)는 “안 교수팀의 연구는 국내의 첫 안개 예보 시도로, 객관적 예보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높이 평가했다.
안 교수는 “평균 수심이 44m인 황해는 깊은 동해에 비해 대기 상태에 따라 해양이 빠르게 반응하는 특성을 갖고 있어 안개 발생 빈도가 훨씬 높다”고 말했다. 영종도의 경우 수증기를 많이 머금은 바다의 공기가 밤 사이에 냉각된 육지 위로 이동하면서 응결돼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 현재까지 김포공항의 안개 발생 시간은 시정거리 100m미만이 26시간 17분, 100∼200m이 19시간 48분인 반면 인천공항은 각각 25시간38분과 40시간 20분으로 안개가 더 자주 발생했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