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주가 자료를 분석해 미래의 주가를 예측하려는 것은 주식시장이 생긴 이후부터 이어져 온 인간의 원초적 욕망이다.
주가가 과거의 패턴을 답습한다는 가설에 따라 기술적 분석기법이 개발됐고 최근에는 컴퓨터를 이용한 각종 계량모델도 많이 쓰이고 있다.
세계적인 자산운용그룹인 도이치자산운용이 1999년부터 세계 여러 나라의 주식시장을 분석하는 데 사용해 온 자벡스(Xavex)도 계량모델의 한 브랜드다.
‘블랙박스’에 해당하는 이 모델에 과거 증시기록을 ‘투입’하면 과거 돈을 벌었고 앞으로도 돈을 벌 수 있는 최적의 투자 모델이 ‘산출’된다는 주장이다.
그럼 이 모델에 1993년 6월부터 올 6월까지 9년 동안 한국 증시의 기록을 넣으면 어떤 결론이 나올까. 결론은 “한국 증시에서는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은 종목의 수익률이 높았다”는 것.
이에 따라 자벡스가 만들어준 투자모델은 이렇다. 우선 자산의 20%로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 상위 7종목을 정확히 같은 금액씩 산다.
나머지 80%로는 시가총액 상위 30종목 가운데 PER가 낮은 순서대로 15종목을 역시 정확히 같은 금액씩 산다. 한 분기가 지나면 같은 기준으로 종목을 바꾼다.
자벡스는 “이 방법으로 9년 동안 한국 증시에 투자했다면 벤치마크인 코스피200 지수가 연평균 1.09% 수익을 낼 때 8.32%의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도이치투신운용이 4일 한국시장에 내놓은 ‘도이치자벡스7주식투자신탁’은 자벡스의 분석을 100% 받아들여 설계됐다.
주식에 95% 이상을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이지만 펀드매니저의 개인적 판단이 아니라 시장 상황에 따라 기계적으로 투자 종목이 결정되므로 시스템펀드에 가깝다.
황순희 마케팅팀 과장은 “인덱스펀드의 안정성과 성장형 펀드의 수익률을 함께 추구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문제는 한국 증시가 자벡스의 결론대로 움직여 줄지 여부다. 예전에 저PER주가 좋았다고 앞으로도 저PER주가 계속 좋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역사와 주가는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맞서 자벡스의 처방이 진가를 발휘할지 관심이다.
도이치자벡스7 주식투자신탁 상품내용구분내용자산운용상장 및 등록 주식에 최대 95% 투자예외적으로 파생상품 투자투자목표벤치마크(코스피200)대비 초과수익률 추구환매수수료90일 미만 투자 :이익금의 70%90일 이상 투자 :없음투자신탁보수순자산총액 평잔 기준 2.50%자료:도이치투신운용
신석호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