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하키클럽 ‘블루버드’. 국내 50여 동호인클럽 중에서도 참 특이한 경우다. 보통은 성인팀이 생긴 뒤 자녀들을 가르치기 위한 리틀팀이 생기기 마련.그러나 블루버드는 정반대다. 지난해 4월 리틀팀이 생긴 뒤 9월 성인팀이 탄생했다.
탄생배경은 이렇다. 상계아이스링크(서울 노원구)에서 스케이트를 배우던 초등학생 몇몇이 아이스하키에 도전했다. 그러나 아이스하키 장비는 아무리 어린이용이라 하지만 쇼울더패드 등 무게만 12㎏. 그렇다보니 아빠들이 ‘장비 배달부’로 나설 수 밖에 없었다.
아이들이 열심히 운동하는 동안 아빠들은 인근 생맥주집에 모여 술잔을 기울이며 무료한 시간을 달랬다. 그러다 보니 늘어나는 것은 뱃살 뿐.
그러던 어느 날 ‘이럴 것이 아니라 우리도 한번 해보자’는 제안이 나왔다. 4명의 아빠들이 이에 동조, 당장 장비를 구입해 입고 뒤뚱뒤뚱 아이스링크에 발을 들여놨다.
“처음 두시간 연습하고 그 다음날 여기저기 욱신거려 꼼짝도 못했어요.” 처음 ‘아빠팀’을 제안한 회장 한성희씨(44·치과의사)의 회고담이다.
하지만 다음번 연습 때 아무도 빠지지 않았고 인원이 두배로 늘었다. 추운 얼음판 위에서 엎어지고 뒤뚱거리며 구슬땀을 쏟지만 금새 몸이 시원해지는 청량감에 매료가 됐던 것.
블루버드의 식구는 현재 리틀팀 25명에 성인팀 역시 25명. 최근엔 그동안 구경만 하던 엄마들도 가세해 3명이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엄마들이 아이스하키에 도전하게된 것은 점점 젊어지는 아빠들의 피부와 빠지는 뱃살에 자극을 받았기 때문.
한성희씨는 “2시간 운동하는 동안 2ℓ짜리 생수를 마셔도 체중변화가 없어요, 15년동안 73㎏를 유지했는데 아이스하키를 시작한 다음엔 69㎏으로 4㎏나 빠졌어요”라고 말했다.
블루버드가 아쉬워하는 점은 상계링크가 지난 10월 공사 때문에 문을 닫은 것. 그래서 이곳 저곳 링크를 사정해가며 빌려서 운동을 하고 있다. “링크가 많이 생겨 맘껏 운동해봤으면 좋겠어요” 블루버드 동호인들의 한결같은 바램이다.
전 창기자 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