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사상 최고 흥행기록을 수립한 영화 ‘친구’/동아일보 자료사진
국내 최고 흥행을 기록한 영화 ‘친구’가 감동적이었던 이유는 가는 길은 달라도 끝까지 변치 않았던 대학생 상택과 조직폭력배 준석의 진한 우정이었다.
그러나 ‘함께 있을 때 아무 것도 두려울 것이 없었던’ 우정도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인 것일까. 영화 밖의 ‘친구’는 돈 문제를 둘러싼 소송 사태와 지명 수배 등으로 영화와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준석(유오성)은 상택(곽경택)을 고소하고, 상택(곽경택)은 영화밖의 진짜 준석(정모씨)에게 돈을 건넨 혐의로 검찰이 뒤좇는 입장이 됐다.
‘친구’의 주연배우 유오성(36)과 감독 곽경택(36)의 맞고소 사태에 이어, 이번에는 곽 감독이 영화제작사로부터 돈을 받아내 부산지역 최대의 폭력조직에 제공했다는 혐의로 부산지검의 수배를 받고 있다. 곽감독은 이에 앞서 서울지검에서도 유오성에 대한 협박 등의 혐의로 피소돼 지명수배를 받고 있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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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감독은 13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돈을 준 것은 어려운 준석을 돕기 위한 것이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영화 ‘친구’에서 “나중에 개인택시나 하나 사달라”던 준석의 부탁을 뒤늦게나마 들어주려는 상택의 심정이었다는 것. 그는 다음주초 검찰에 자진 출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이 ‘친구’ 대박 이후의 씁쓸한 단면이라면, 유오성과의 송사는 ‘친구’와 정반대의 극점으로 치달아가는 우정의 파탄을 보여준다. 동갑인 두 사람은 “형제와 같다”고 할 정도로 진한 우정을 자랑하던 사이. 그러나 7월 유오성이 영화 ‘챔피언’의 이미지를 사용한 CF와 관련, 투자제작사를 초상권 침해 혐의로 고소했고, 곽감독은 이 과정에서 유오성에 대한 협박 혐의로 지명 수배를 받았다.
곽감독은 “형제처럼 지내던 유오성이 소송까지 간 것에 화가 나 전화로 몇 마디 한 적이 있는데 이것을 협박이라고 우기면 어떻게 하느냐”면서 “인간적 배신감 때문에 더 힘이 든다”고 했다.
반면 유오성 측은 “소송은 단지 배우의 권리를 보호하고 잘못을 가리자는 것”이라며 “이를 돈 문제로 끌고 가거나 친구 사이를 훼손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곽 감독의 책임인데 사과는커녕 협박을 해와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각각 친형제를 검사로 두고 있다.
영화계에서는 절친하던 두 사람이 이렇게 갈라서게 된 것은 ‘친구’로 대성공을 거둔 뒤 불거진 돈과 자존심 싸움이라고 보고 있다. ‘친구’의 홍보대행사에서 흥행 보너스를 둘러싸고 갈등이 일어 직원들이 대거 사직하는 사태가 빚어지는 등 ‘친구’를 둘러싼 불미스러운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한 관계자는 “‘친구’가 앞으로도 깨지기 어려운 한국 영화의 흥행 기록을 세울만큼 너무 잘된 것이 문제라면 문제”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지난해 3월 개봉한 ‘친구’는 전국에서 820만명의 관객을 불러모아 한국영화 사상 최고 흥행기록을 세웠으며 200여억원의 흥행 수입을 올렸다.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