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계간지 ‘문학인’과 한국문예창작학회가 ‘한국문학사 10대 사건 및 100대 소설’을 공동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문학 관계자 109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20세기 최고의 문제작으로 꼽혔다. 이어 △최인훈 ‘광장’ △김승옥 ‘무진기행’ △이상 ‘날개’ △염상섭 ‘삼대’ △김동리 ‘무녀도’ △이광수 ‘무정’ △김동인 ‘감자’ △이청준 ‘당신들의 천국’ △박완서 ‘엄마의 말뚝’ 등이 순위에 올랐다. 지난 100년 동안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는 황석영이 가장 많은 표를 얻었고 최인훈 조세희 김승옥 염상섭 등이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 결과를 받아들고선 좀 의아했다. 선정된 작품이나 작가가 훌륭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황석영의 경우 20세기 최고의 작가로 꼽혔지만 그의 작품들은 20세기 최고의 문제작 10위에는 한 편도 들지 못했다. 20세기의 대표성을 나타낸다고 보기엔 생존작가들의 비중이 너무 컸다. 어딘가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응답자들의 면모를 살펴보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문단의 원로, 중진보다 젊은 세대가 많았다. 잡지측도 선정경위를 설명하면서 “문학적 경력으로 보아 중년 이상의 문학인들의 참여는 적었고, 상대적으로 청장년층 문학인들의 참여가 높았다. 응답자 중에는 주요한 항목이 빠졌다는 지적을 해온 작가도 있었다”고 밝혀놓았지만 뭔가 개운치 않은 느낌이었다.
한 문학평론가는 “설문을 받았지만 응하지 않았다. 일단 이같은 결과가 나오면 일반 사람들에게는 객관적인 평가인 양 받아들여지기 쉽기 때문이다. 가요 베스트 10을 뽑는 것도 아니고 지난 1세기의 문학을 이렇게 흥미 위주로 접근하는 것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인은 “이번 조사결과를 보면서 전후, 혹은 70,80년대 작가에 대한 조사라면 몰라도 그 객관성이나 공정성을 수긍하기 힘들었다”며 “무엇보다 젊은 문인들의 과거에 대한 무지와 외면에 놀랐다”고 평가했다.
문단의 다음 세대가 이런 방식으로 또 다시 우리 문단의 과거와 선배문인들을 재단하게 된다면, 이번에 뽑힌 작품과 작가들은 그때 어떤 평가를 받게될지 궁금하다. 고미석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