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친 김에 어른의 관대한 인품에 대해서 한 꼭지 더 사설을 늘어놓기로 하자.
지난번에 이어서 이번에도 큰스님께서 주역을 맡는다.
삼복 더운 날에 먼길을 가게 되었다. 물론 어린 상좌를 길동무 삼아 데리고 나섰다.
한 시오리나 갔을까? 점심때가 다 된 한 낮이라 뙤약볕이 불이었다. 흠씬 땀에 젖은 동자승이 더는 못 가겠다고 울상이었다. 도무지 일어설 기색이 없었다.
“스님, 전 못 가유! 다리가 끊어질 것 같구먼유!”
야살떨이가 여간 아니었다.
“그러냐. 많이 아픈 게로구나!”
스님이 묻자 동자승은 모처럼 주저앉은 정자나무 그늘에 벌렁 들어 눕는 게 아닌가!
싱긋! 웃는 듯 마는 듯 하는가 싶더니, 연로한 스님이 성큼성큼 길 건너로 발걸음을 떼어놓았다.
저만큼 논에서는 농부들이 풀을 메고 있는 게 보였다. 노승은 그들 앞에 우뚝 섰다.한데, 아니 이게 무슨 변이람! 바지를 벗는 게 아닌가 말이다. 그것도 홀라당! 아낙도 낀 농군들 보아란 듯이….
야단이 났다. “저 중 잡아라!” 농군들이 괭이를 들고는 달려들었다.
날 살리라고 스님이 뛰었다. 덩달아서 동자승이 다리야 날 살리라고 질주했다.
한참 삼십육계를 놓았다. 농군들도 포기하고 저 멀리에 주저앉았다. 그들이 험한 악다구니도 점점 멀어져 갔다.
스님이 주저앉자 그 옆에 상좌는 풀썩 꼬꾸라지다시피 했다. 거칠게 할딱이고 있는 꼬마에게 스님이 빙그레 말을 던졌다.
“아픈 다리, 다 나았냐?”
이 너그럽다 못해 넉살좋은 가르침이라니!
동자승에게 그것은 회초리보다 매질보다 더 엄한 교훈이 되었을 게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