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유승용차 허용에 따른 대기오염 악화를 막기 위해 경유가격을 지금보다 최고 78% 인상할 방침이어서 대기오염 예방 비용을 경유차량의 소유자와 운행자에게 무차별로 전가하려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 경유가격이 오르면 경유를 사용하는 시내외버스와 고속버스, 각종 트럭 등의 경우 물류비용이 증가하고 이 비용을 다시 소비자가격에 반영할 것이 분명해 공공요금과 물가 인상으로 연결될 것이 우려된다.
환경부 고윤화(高允和) 대기보전국장은 14일 “경유승용차 허용의 전제조건으로 현재 휘발유가격의 56% 수준인 경유가격을 85∼100%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며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경유승용차의 배출가스 기준을 완화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경유가격이 휘발유가격의 85∼100% 수준이 되려면 지금보다 51.8∼78.6% 인상돼야 한다.
이와는 별도로 산업자원부가 2006년까지 경유가격을 휘발유가격의 75% 수준으로 올리도록 했고 최근 경유 레저용차량(RV)이 급증하자 경유가격을 다시 80∼85% 수준으로 인상키로 해 이래저래 경유가격은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환경부는 수도권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면서 경유차 소유자에게 부과했던 환경개선부담금을 이용자가 부담하는 주행세로 전환할 방침이어서 경유가격은 추가 인상 요인을 갖고 있다.
경유차의 환경개선부담금은 대당 기본부과금에 오염유발계수와 사용기간, 지역별 가중치를 각각 가산해 산정 되며 서울지역 경유 승합차의 환경개선부담금은 연간 10만∼12만원에 이른다.
이에 대해 대다수 경유차량 운전자들은 “경유승용차의 내수시장 판매로 유럽 수출을 늘리려는 자동차제조업체를 도와주기 위해 437만여대의 기존 경유차량 소비자들이 그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국 자동차제조업체들이 유럽에 수출하는 국산 경유 승용차는 연간 5만대 정도로 올 들어 10월까지는 3만대가 팔렸다.
산업연구원 전재완(全宰完) 부연구위원은 “지금도 국내에서 판매되는 승용차의 28%가 경유 RV로 상당한 양에 이른다”며 “경유가격을 산업용과 소비용으로 나눠 별도 책정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환경관련 시민단체들도 정부의 경유승용차 허용 검토 방침에 대해 “환경부의 대기정책 포기선언”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경유 승용차의 허용은 상당 기간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이진기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