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공학 찬반론이 일어나는 배경에는 남녀가 학습 방식과 인지적 발달 속도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존재한다.우선 모든 학습의 기본이 되는 언어 능력에서 남녀는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는 지난해 7월30일자에 ‘남자는 열등한 성인가(Are boys the weaker sex?)’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여기서 소개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뇌연구소의 연구 결과는 왜 여성의 언어 능력이 남성보다 앞서는가를 설명해준다.
여기서 소개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뇌연구소에 따르면 여성의 뇌는 남성의 뇌보다 평균적으로 11% 작다. 그러나 지능지수(IQ)에는 남녀간 차이가 없다. 뇌의 크기가 작은데 어떻게 남자와 같은 지능을 유지할 수 있을까. 연구원들은 여성의 뇌가 더욱 정교하게 발달돼 있다는 데서 그 해답을 찾았다.
남자의 뇌는 여자보다 크지만 정보를 처리하는 회백질은 여자의 것이 오히려 크다. 또 좌뇌와 우뇌를 연결해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신경다발도 여성의 것이 훨씬 두껍다. 남자 뇌의 신경다발이 숲속에 난 좁은 오솔길이라면 여성의 그것은 2차로에 비교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소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여자아이가 말을 더 빨리 배우고 표현력도 남자보다 앞선다는 것이다.
연구소의 루벤 거 소장은 “작은 크기로 동일한 기능(지능지수)을 하는 여성의 뇌가 더 진화된 형태라고 볼 수 있다”며 “원시적인 뇌를 가진 남자들은 감정을 행동으로 연결시키는 데 비해 진화된 뇌를 가진 여성은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데 익숙하다”고 말했다.
남성과 여성은 뇌의 구조가 다를 뿐만 아니라 특정 임무를 수행할 때 사용하는 뇌의 부위도 다르다. 미국의 심리학자들은 남성과 여성이 길찾기를 할 때 상당히 다른 전략을 구사함을 밝혀냈다. 이들은 남성과 여성에게 특정한 집을 찾아가는 법을 물었다.
“맥도날드가 보일 때까지 엘름 스트리트를 따라 가라. 거기서 좌회전해서 철물점과 엑손 스테이션을 지나 가다보면 학교가 보인다. 학교를 지나자마자 우회전해 한 블록 정도 더 가면 초록 대문의 집이 나온다.”(여성)
“엘름 스트리트를 따라 남쪽으로 2마일 정도 가다가 좌회전하라. 그러면 듀크 스트리트를 따라 동쪽으로 가게 되는데 1마일쯤 가다 남쪽으로 돌아 스코츠데일 불러바드로 가라. 교차로에서 왼쪽으로 네 번째에 있는 집이 그 집이다.”(남성)
여성은 눈에 보이는 표식을, 남성은 추상적인 방향과 거리 감각을 동원해 길을 찾았다. 남성과 여성은 뇌의 수행 능력은 같지만 방식에는 큰 차이가 나는 셈이다.
이는 효과적인 교수법이 학생의 성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남녀 공학 반대론자들은 남녀를 분리해 성에 맞는 교육 방법을 적용할 때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미국의 일부 유아교육 전문가들은 성인이 되기 전 남자의 언어 능력이 여자보다 적어도 3년 정도 뒤진다고 보고 남자 아이의 유치원 입원 연령을 늦추자고 주장하기도 한다.그러나 공학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남녀의 학습 방법이나 속도의 차이는 교사의 역할이나 커리큘럼 등으로 극복 가능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결국 세상이란 남녀가 함께 살아가야 하는 곳이므로 초중고교 단계에서부터 서로의 차이를 확인하고 더불어 사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