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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주말시대]‘도시의 방향제’ 전통찻집

입력 | 2002-11-14 17:52:00

도심 속의 선방같은 느낌의 전통 찻집 다담선 내부./신석교기자


요즘처럼 스산한 바람이 불 때면 분위기 좋은 찻집에서 그리운 사람과 따뜻한 차 한잔 나누고 싶다. 길거리 테이크아웃 커피점들은 ‘여유’보다는 ‘스타일’을 판다. 그러나 서울 도심에서도 조금만 눈 씻고 찾아보면 ‘서정’과 ‘향 좋은 차’를 함께 파는 좋은 전통찻집을 만날 수 있다.

●수연산방(壽硯山房)

시내버스 85번을 타고 종점에서 내려 내리막길을 따라 조금 더 내려가면 성북2동 동사무소와 금왕돈가스 사잇길에 자리잡고 있다. 자동차로는 광화문에서 삼청터널을 지나 첫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85번 종점과 만난다.

찻집 문 안쪽으로 한발짝을 들여놓는 순간, 번잡한 도심에 있다가 급작스럽게 고즈넉한 산 속으로 들어선 듯한 느낌이 든다. 고풍스러운 한옥 앞 작은 뜰에는 아담한 나무가 서 있고, 손님은 사랑방 건넌방 등으로 안내된다. 방안에 앉으면 소슬한 바람이 닫힌 문으로 살짝 들어오고, 달은 밝은데 향은 그윽해 마치 또 다른 세상에 앉아있는 것 같다.

이곳은 월북작가이자 한국 단편소설의 선구자인 상허(尙虛) 이태준의 집필공간이었는데 외종손녀가 찻집으로 바꿨다. ‘문인들이 모이는 산 속의 집’이라는 뜻의 ‘壽硯山房’도 이태준이 직접 붙인 이름.

솔잎과 솔순을 직접 달여 만들어 소나무의 독특한 향내가 가득한 송차(5000원)가 인기. 대추차 5000원, 오미자차 4500원, 매실차 4000원. 02-764-1736

●다담선(茶湛禪)

종로구 화동에 있는 조그마한 한옥을 개조한 찻집이다. 도로쪽으로 낸 통유리창이나 일부 리모델링된 공간을 보면 현대적인 느낌이 나지만 전반적으로는 전통 한옥의 느낌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내부로 들어서면 여러 가지 종류의 차와 다구류를 전시한 전시실이 먼저 반기고, 그 안쪽에 조그만 다실(茶室)이 세 개 있다.

다담선은 원래 차를 마시며 선을 수행한다는 뜻. 이곳에서는 국내외 ‘명차’를 파는데 분위기와 차맛만으로 손님을 선의 세계로 이끈다.

녹차, 수선차, 보이차는 8000원, 대홍포차 철관음차는 1만원, 광운공병원차는 1만5000원이다. 이름은 생소하지만 중국의 명차로 소문난 이들 맛에 빠지면 다른 차를 찾기 힘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회원제로 운영되기도 해 가입비 20만원을 내면 차를 마실 때는 20%, 차를 살 때는 10% 할인된다. 02-725-0921

●서울에서 둘째로 잘하는 집

삼청동 수제비집 맞은편에 자리잡은 ‘겸손한’ 찻집. 주인이 직접 한방재료를 사서 정성스레 달인 차가 일품이다. 단팥죽 4500원, 인삼차 3500원, 식혜 3000원, 십전대보탕 4500원. 02-734-5302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