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국립대는 대학총장 직선제의 폐단을 없애기 위해 총장초빙위원회가 유능한 인사를 물색해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하고 시도교육감은 초중고교 학교운영위원들이 선출하는 현행 방식에서 주민 직선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대통령 자문 직속기구인 교육인적자원정책위원회(인자위·위원장 배무기·裵茂基)는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2년간의 활동 결과를 종합한 이 같은 내용의 국가인적자원개발 정책보고서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총장 직선제 폐지〓인자위는 보고서에서 총장직선제가 선거 과정에서 학내 구성원간의 갈등을 유발하고 당선 뒤에도 소신 있는 대학행정 추진 등에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해 국립대는 직선제 대신 ‘총(학)장초빙위원회’가 유능한 인사를 초빙해 대통령에게 총장후보로 추천하는 방식으로 개선하도록 권고했다.
현재 38개 국립대 중 37개대가 직선제, 1개대가 간선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총장후보를 둘러싸고 대학사회를 분열시킨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자립형 사립고 확대〓고교평준화제도 보완과 교육의 다양화를 위해 사립고교 중 교육여건, 재정자립도, 장학금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학교는 교육청의 간섭 없이 교육과정과 등록금 책정 등에서 자율권을 갖는 자립형 사립고교로 전환할 수 있게 하는 ‘사립고교 준칙주의’ 도입을 제안했다.
이런 제안이 실행되면 교육당국이 제시한 기준을 갖춘 사립고는 자립형 사립고로 전환할 수 있어 교육 다양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국 고교의 46.7%가 사립이고 대부분 재정자립도가 낮아 국고 의존율이 높은 데다 전교조와 일부 시도교육감들은 고교 입시 부활과 사회적 위화감 등을 우려해 반대하는 등 거부감도 만만치 않아 자립형 사립고를 전면 도입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자립형 사립고는 민족사관고 광양제철고 포항제철고 등 3개교가 올해부터 시범학교로 운영되고 있고 내년부터 해운대고 현대청운고 전주상산고 등 3개교가 추가로 운영된다.
인자위는 또 공공단체나 법인 등이 교육청과 협약을 맺어 일정 기간 공립고교를 위탁 경영하면서 특성화 교육을 하도록 하는 ‘협약학교(차터스쿨)’를 시범 실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교육감 선출〓인자위는 학운위원에 의한 교육감 선출방식은 간접선거여서 주민 참여와 대표성에 문제가 있는 만큼 2006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때부터 주민직선제로 바꾸도록 제안했다. 또 교육행정에 대한 시도교육위원회와 지방의회의 의결 기능 중복으로 인한 행정낭비를 줄이기 위해 의결기능을 단일화하는 방안을 강구하도록 했다.
인자위는 연공서열 중심의 현행 교원보수체제를 학위취득, 연수실적, 복수자격증 취득 등을 반영해 복선형 보수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실현 가능성〓인자위는 김영삼(金泳三) 정부의 교육개혁위원회와 김대중 정부의 새교육공동체위원회에 이어 인적자원정책 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해 2000년 10월 발족된 기구로 교육부 등 7개 부처 장관과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 등 위원 30명과 간사 1명, 전문위원 8명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인자위는 정책집행 기구가 아니라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자문기구이고 내년 2월 새 정부가 출범하면 위원회 존속 여부 등도 미지수이기 때문에 이날 내놓은 정책들은 장기 추진과제로 검토해 볼 만한 수준이지 당장 시행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