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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선기자의여행스케치] 고창 해수찜에서의 ‘뜨거운 맛’ 체험

입력 | 2002-11-15 17:33:00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점점 뜨끈한 것이 생각나는 요즘. 사우나도 좋고 찜질방도 좋지만 좀더 색다른 것은 없을까? 그렇다면 최근 고창에서 각광받고 있는 해수찜 체험을 해보는 것도 좋을 듯.

오고 가며 즐기는 여행의 맛도 느낄 수 있고 찌뿌드드한 몸을 확실하게 풀어주는 해수찜을 통해 ‘뜨거운 맛’을 보러 떠나는 건강여행.

‘초록빛 바닷물에~ 두손을 담그~면 초록빛 바닷물에~ 두손을 담그면…’초등학교 시절 즐겨 부르던 동요다. 그런데 이젠 나이가 들었나? 가끔 그 노래를 흥얼거릴 때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말이 초록빛 바다 대신 ‘뜨끈한 바닷물’이라니….

뜨끈한 물을 떠올리니 갑자기 우스갯소리로 나돌던, 대중목욕탕에 간 아버지와 아들 시리즈가 생각난다. 뜨거운 탕 속에서 ‘어이 시원하다’는 아버지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고 탕에 들어갔다 배신감을 느낀 어린 아들 왈,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 없다’는….

기자 역시 어릴 때 뜨거운 국물을 마시면서 ‘시원하다’고 하는 어른들을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진짜 시원한 물보다 뜨끈한 국물이 더 시원하게 느껴지니 확실히 나이가 들긴 든 모양이다.

예로부터 ‘물 좋은 곳은 임금님도 일부러 찾아간다’고 했을 만큼 물은 인간의 원초적인 생명력과 건강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 특히 요즘처럼 공해와 오염에 찌든 환경 속에선 대동강 물을 팔아먹어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는 봉이 김선달이 오히려 각광받지 않을까 싶다. 하긴 전국에서 각종 이름을 달고 배달되고 있는 ‘생수통’을 보면 이미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사람이 먹고 살 만하면 딴 곳에 눈을 돌리게 되는 법. 요즘은 여행을 떠나도 무작정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건강을 챙기면서 삶의 활력을 찾는 ‘건강여행’ 문화로 새롭게 바뀌고 있는 추세다.

‘뜨거운 맛’ 확실하게 보여주는 짠돌이 해수찜의 위력

월드컵 열기로 무르익었던 뜨거운 여름도 지나가고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솔솔 부는 요즘, 어른들이라면 뜨끈한 것이 생각나는 게 인지상정. 그런 사람들에게 ‘뜨거운 맛’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곳이 있다.

‘해수찜’을 내세워 기존의 찜질방이나 사우나와는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는 ‘구시포해수월드(063-561-3323)’가 바로 그곳. 선운사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구시포해수욕장에 있는 구시포해수월드는 최근 고창의 새로운 명소로 확실히 ‘뜨고’ 있는 곳이다.

원래 해수찜은 1800년대부터 전해오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민간요법 중 하나다. 산후풍 등 부인병과 피부미용, 어깨 허리결림, 각종 피부병에 특효가 있다고 해서 지금도 단오절만 되면 구시포해수욕장에 찾아와 해수모래찜질을 하는 시골 아낙네들의 모습이 이색적인 볼거리를 제공한다고.

이곳에 구시포해수월드가 자리잡게 된 것도 이곳 안주인인 안성회씨(47) 친정어머니의 자연체험 때문이었다. 내리 6남매를 낳은 안씨의 친정어머니는 늘 몸이 찌뿌드드해 바닷물을 끼얹은 거적때기를 불에 달군 돌에 놓았다가 뒤집어 쓰고 찜질을 하기 시작한 후부터 몸이 개운해지기 시작, 소문을 듣고 인근 주민들이 하나 둘씩 동참하면서 재래식 해수찜질을 하던 것이 말하자면 지금의 ‘해수찜’원조격이 된 셈이다.

해수의 성분은 사람 몸속의 혈장과 비슷하여 체내로 침투된 해수가 오장육부를 덥게 하고 세포와 혈관을 빠른 속도로 자극, 혈액순환을 촉진시키는 효과가 뛰어나다고 한다. 해수의 염도가 높을수록 그 효과가 더 확실하게 나타나는데 바로 이곳 구시포 앞바다의 물이 전국에서 가장 염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번 말을 들어봐야 무슨 소용이 있으랴. 실제 몸으로 느껴보기 위해 구시포해수월드로 향했다. 요즘은 서해안 고속도로가 시원하게 뚫려 서해안으로 가는 길이 예전보다 훨씬 수월해졌다. 하지만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리는 사람들에게 한가지 일러줄 사항. 고속도로가 뚫린 후 올해 초까지만 해도 속도감지기가 거의 없어 ‘제2의 자유로’로 통하던 그곳에 지금은 도처에 속도감지기가 설치돼 있다.

고창 톨게이트를 빠져나오니 가을 특유의 따가운 햇살과 선선한 바람, 고즈넉한 시골길이 정감 있게 다가온다. 30분 정도 시골길을 달리다보니 어느새 구시포해수욕장이 나타났다. 철 지난 바닷가 특유의 쓸쓸함보다는 인적이 드물기에 아늑함이 더해지는 바닷가의 정경이 참 인상적이다.

바로 그 앞에 ‘기적 같은 건강 회복, 꿈 같은 피부감동’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운영하고 있는 구시포해수월드가 있다. 겉에서 볼 땐 여느 목욕탕처럼 아담해 보였는데 막상 들어가보니 요모조모 다양한 시설들이 나타나면서 그 규모가 장난이 아니다. 2천여평의 부지에 건평만 3백50평.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6백여명. 특히 높이가 10m에 이르는 화강암 불한증막은 그 규모가 국내 최대라고 한다. 역시 사람이든 뭐든 겉만 보고 판단해선 안될 일이다.

전남 보성에서 직접 녹차잎을 가져와 뜨거운 해수에 풀어둔 자연산 녹차탕이며 사람 몸에 좋다는 황토와 참숯으로 꾸민 방, 바닷가 모래밭에서 찜질하는 것과 똑같은 효과를 낸다는 모래찜질방, 여성들에게 특히 좋다는 쑥찜탕, 새벽 4시부터 4시간 동안 소나무 장작으로 지핀 열기로 인해 한번 들어갔다 나오면 노폐물이 쏙 빠져 시원하다는 불한증막…. 저마다 개성 있는 모습으로 유혹의 손길을 뻗치고 있지만 이번 체험의 본령은 아무래도 해수찜이기에 곁눈질 안하고 바로 해수찜방으로 향했다.

해수찜을 하려면 우선 ‘이게 옷감인가?’ 싶을 정도로 두툼한 순면 찜복을 입어야 한다. 너무 투박해서 처음에 입을 땐 좀 거북했지만 그걸 안 입으면 해수찜방에 들어갈 수가 없다. 해수찜은 남녀가 같은 자리에서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물이 너무 뜨거워 찜복을 입지 않으면 화상을 입기 때문이다.

백열전등 불빛이 흐릿한 해수찜방에 들어서는 순간 뜨거운 열기가 훅 하고 콧속으로 들어왔다. 바닥은 온통 나무로 깔려 있고 그 사이사이에 마치 우물물처럼 해수가 담겨 있다. 물 옆에는 대형 타월이 수북이 쌓여있다. 해수찜을 할 때 주의해야 할 게 한가지 있다. 우물물처럼 담겨 있는 해수는 김이 나지 않아 눈으로 볼 때 뜨거울 거라는 생각이 안 든다. 하지만 물의 온도는 섭씨 80~90도로 거의 끓는 물에 가깝다. 때문에 무심코 손이나 발을 담갔다가 화상을 입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고. 때문에 해수찜을 하기 전에 반드시 주의사항에 유의해야 한다.

가끔 직접 주의사항을 일러주며 해수찜의 위력을 피력하는 이양희 사장의 달변도 그 재미를 더해준다.

“해수찜은 신의 선물이라고 할 정도로 아주 빠른 속도로 혈액순환을 촉진시켜줍니다. 해수찜을 자주 하신 사람들이 중풍이 안 걸리는 이유도 다 혈액순환 때문이죠. 해수찜이 끝난 다음에 탕에 들어가서 때를 밀려고 하면 밀 때가 없을 정도로 다 녹아없어져요. 얼마만큼 효과가 있는지 반지나 목걸이 차고 들어온 사람들은 알 수 있어요. 나갈 때 보면 윤이 반짝반짝 나거든요. 또 해수찜을 자주 하는 사람은 닭살 피부가 없어져요. 혹시 피부미인은 여기서 난다는 얘기 못 들으셨나요? 그만큼 피부에 좋다는 얘기죠. 어느 정도냐면 우스갯소리로 남편들이 아내 배 위에서 낙상할 정도랍니다.”

그래서 요즘은 나이가 있는 사람들보다 젊은 여성들이 더 즐겨 찾는다고 한다.

해수찜은, 옆에 놓인 대형타월을 물에 담갔다가 건져낸 후 그 수건을 어깨나 허리, 다리 부위를 감쌌다가 식으면 다시 반복하는 식이다. 이때 수건을 대고 문지르면 안된다. 해수의 염도가 높은데다 뜨거운 기운에 자칫 살갗이 벗겨질 염려가 있기 때문. 처음엔 수건을 대는 것만으로도 뜨거워 가슴이 뜨끔뜨끔 했는데 몇차례 반복하다 보니 뜨거운 물에 익숙해지면서 서서히 몸이 개운해져 옴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보통 20~30분 정도 하는 것이 가장 적당하다고 한다. 해수찜을 끝내고 나서 또 한가지 주의할 점은 냉탕에 들어가지 말라는 것. 해수찜을 하면 해수의 삼투압 현상에 의해 뜨거운 기가 몸속으로 스며드는데 갑자기 냉탕에 들어가면 그야말로 찬물 끼얹는 일이요, 다된 밥에 재뿌리는 격이기 때문이다.

온 김에 본전이라도 뽑을 생각으로 찜질을 오래도록 하고 싶었지만 너무 오래하는 것도 안 좋다는 이사장의 말에 밖에 나와 잠시 쉬고 있는데 어라? 또다시 해수찜 생각이 아른거리는 게 아닌가. 아마도 인이 박이면 마마 호환, 마약보다 무서운 게 해수찜이 아닐까 싶다. 참, 그곳에서 ‘뜨거운 맛’을 본 후 얼음을 동동 띄운 시원한 식혜(한 사발에 1천원, 해수찜 이용료는 1인당 1만원) 맛 또한 잊을 수가 없다.

가족단위로 여행하기에 ‘딱 좋은’ 곳

그동안 이 지역은 ‘주꾸미 명품마을’로 알려질 만큼 주꾸미축제가 열리는 봄과 피서철이 시작되는 여름에만 사람들이 북적거릴 뿐 평상시엔 인적이 극히 드문 곳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구시포해수월드가 생긴 이후로 사시사철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해변을 따라 펼쳐진 소나무숲과 넓게 펼쳐진 바닷가 모래밭이 어우러져 있는 구시포해수욕장 주변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고인돌군이 형성되어 있어 가족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아울러 동백꽃으로 유명한 선운사를 휘돌아 해변도로를 타고 동호해수욕장을 거쳐 구시포항에 이르는 도로는 드라이브 코스로 그만이다.

가을철에는 특히 선운사 산행을 마친 후 이곳을 들르면 그야말로 ‘딱 좋은’ 여행지가 될 수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낙조 또한 기가 막히기 때문. 보통 1박2일 코스로 잡았을 때 선운사에 올랐다가 이곳에 와서 낙조를 감상한 후 해수찜을 하면 24시간 영업을 하기 때문에 따로 방을 잡지 않아도 돼 더욱 알뜰하게 여행할 수 있다는 것도 또 다른 장점이다.

그리고 낚시를 제대로 즐겨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곳이 제격이라고 한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난 후 밤에 와서 해수찜으로 몸을 ‘지진’ 후 새벽에 낚싯배를 타고 나가 낚시를 하는 맛이 그만이라고. 낚싯배 이용료는 구시포해수욕장에서 20분 정도 걸리는 위도의 경우 9인 기준으로 1인당 3만원선. 이 지역의 유일한 배낚시 허가업체인 용두호 주인 안영석씨(017-270-3641)에게 미리 연락하면 된다. 이 지역에서 잘 잡히는 고기는 광어와 우럭, 농어라고 한다. 특히 이곳의 농어는 길이가 80cm 이상 되는 대형어로 60cm 이하는 농어로 치지도 않는다고. 그만큼 낚시의 손맛을 확실하게 볼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