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양자 마음/로저 펜로즈 등 지음 김성원 최경희 옮김/256쪽 1만5000원 사이언스북스
인간의 마음을 과연 컴퓨터로 표현할 수 있을까? 인간을 로봇으로 재현시킬 수 있을까? 21세기에 사는 사람이면 누구나 이런 문제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보았으리라 생각된다. 이 책은 이 문제에 대한 세계 최고의 석학인 저자의 설명을 싣고 다른 철학자, 물리학자의 견해와 반론을 담고 있다. 저자는 해박한 수학과 물리학의 지식을 바탕으로 우리의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준다.
우리는 가끔 슈퍼컴퓨터와 인간의 서양장기나 바둑 대결에 대한 이야기를 접한다. 결론은 ‘아직은’ 인간이 더 우수하다는 것이다. 왜 그런가? 저자는 바로 인간의 마음, 즉 인간의 두뇌는 어떠한 슈퍼컴퓨터로 재현될 수 없는 그 ‘무엇’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직관’ 혹은 ‘예지’라고 표현하자. 그러면 이 직관은 왜 슈퍼컴퓨터로도 흉내낼 수 없는 것인가? 인간의 직관이란 근본적으로 컴퓨팅과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연을 대상으로 하는 과학에는 생물학 화학 물리학 등이 있으며 인간의 두뇌는 생물학의 영역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모든 자연과학은 궁극적으로 물리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 화학은 원자물리학의 응용이고 생물학은 화학의 응용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임에 틀림없으므로 인간의 두뇌도 물리학적으로 기술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마음이란 이른바 ‘형이상학적’인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물리학으로는 이것이 불가능하며 적어도 아직까지는 물리학자들도 이러한 시도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인간의 마음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초물리학(Metaphysics)’ 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신을 중요시하는 인간주의자나 종교인들에게는 이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그들은 인간의 마음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시도 자체를 인간에 대한 모독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과학자로서 저자는 ‘모든 자연현상(인간의 두뇌를 포함하여)은 궁극적으로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된다’는 과학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우리에게 커다란 화두를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어리석은 물리학자여, 그대의 물리학은 아직은 누더기와 같은 것이오. 하루 빨리 완벽한 초물리학을 완성시켜 우리의 갈증을 풀어주시오”라고.
이 책의 저자인 영국의 로저 펜로즈는 세계적 수학자이면서 물리학자이다. 앞에 설명한 대로 이 책은 저자의 견해에 대한 세계적 철학자 애브너 시모니와 낸시 커트라이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반론을 싣고 저자의 답변을 곁들여 흥미로운 토론 형식을 취하고 있다.
펜로즈는 우리 나라를 두 번이나 방문해서 잘 알려진 스티븐 호킹과는 선후배 사이로서 ‘펜로즈 타일(Penrose Tile)’로도 유명하다. 베스트 셀러가 된 ‘황제의 새 마음(The Emperor’s New Mind)’ 이란 책으로 과학도서상을 수상하여 전세계 독자들에게 잘 알려진 인물이기도 하다. 저자와 역자를 다 잘 아는 사람으로서 이 책에 대한 서평을 하게 된 것을 즐겁게 생각한다. 원제는 ‘큰 것, 작은 것, 그리고 인간의 마음’(The Large, the Small, and the Human Mind).
조용민 서울대 물리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