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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북스]이동현/잊어버려라 그러면 창의력이 따르리니

입력 | 2002-11-15 18:08:00


□워닝 마인드 / 앨렌 랭거 지음 안진환 옮김 / 197쪽 8900원 북스넛

유연하고 탄력적인 마인드, 즉 창의성에 관한 문제는 최근에 기업 경영의 화두로 등장한 주제이다. 60년대 이후 줄곧 모방을 통해 선진 기업을 추격해온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 1등을 하기 위해서는 창조성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창의성의 문제는 궁극적으로 기업 구성원 개개인의 역량과 노력에 달려 있으며, 조직은 기껏해야 창의성을 유발시키기 위한 여건을 마련하는데 지나지 않는다는 문제가 경영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심리학자가 저술한 이 책은 인간의 창의성에 대한 각종 실험과 연구를 바탕으로 일반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창의성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세심한 심리학자답게 저자는 우리가 갖고 있는 고정 관념들을 깨뜨리는 재미있는 주장들을 여럿 책에 담았다.

먼저 저자는 창조성을 높이기 위해 기억보다는 망각을 강조한다. ‘평소 외운 것을 모두 기억하는 사람이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독자들이나, 스스로 기억력이 부족하다고 고민한 독자들은 이 주장에 주목할 만하다. 기억은 사람을 과거에 빠지게 하고, 얽매이게 하며 응용력을 가로막는다. 또한 기억은 새로운 체험을 하고자 하는 열정을 식힌다.

저자는 성공마저도 가능한 한 잊어버릴 것을 주문한다. 과거의 성공을 잊어버려야 또 한번의 성공을 위한 발상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아날로그 방식에 집착해 디지털 기술을 외면한 모토롤라나, 복사기 시장의 변화를 감지 못하고 대형 복사기에 집착한 제록스 등의 기업들이 과거의 성공에 집착한 나머지 새로운 도전을 거부해 위기에 처한 사례들이다.

저자는 또 신명나게 일할 것을 주문한다. ‘과제부터 끝낸 후에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말은 우리가 유치원 시절부터 지겹게 들었던 얘기이다. 왜 우리는 하고 싶은 일, 관심 있는 일을 먼저 하자는 발상을 하지 못했을까? 직장에 취직하면 ‘지금 열심히 일하면 반드시 나중에 보상을 받는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듣는다. ‘보상은 나중에’라는 말을 주로 일에 쓰는 이유는 ‘일이란 원래 괴로운 것’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이 아닐까? 현재의 일을 놀이처럼 즐겁게 할 수는 없을까?

저자는 실험을 통해 같은 과제를 ‘일’이라고 규정한 경우보다 ‘놀이’라고 규정한 경우가 더 성과가 높다는 점을 발견하였다. 어떤 활동이든지 일로 규정할 수 있는 것처럼 대부분의 일도 즐거운 활동이 될 수 있다.

이밖에도 책에는 ‘기초’라는 미명하에 발생하는 무의미한 반복해서 벗어날 것과 무조건적인 집중보다는 창조적인 산만함을 권장한다. 오히려 지금까지 자신이 해왔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변화를 경험할 때 집중력이 더 높아질 수 있다. 가끔씩은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주위를 둘러보라는 조언이다.

종업원의 손과 발보다는 머리를 활용하는데 관심이 있는 경영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dhlee67@pops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