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의무는 국경이 따로 없다.
태국의 테니스 영웅 파라돈 스리차판(23)이 최근 내년 4월7일까지 군에 입대하라는 징집영장을 받았다. 태국에서 20∼23세의 남자는 누구나 군대에 가야한다. 올해 투어대회에서 2승을 거두며 세계 랭킹 16위까지 뛰어오른 최고 스타 스리차판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다. 한때 자신의 라이벌이었던 이형택(삼성증권)이 98년 방콕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로 병역혜택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땅을 칠 노릇.
지난달 부산아시아경기대회에서 우승한 스리차판 역시 은근히 국위선양에 대한 보상으로 병역 면제를 바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리차판의 아버지 차나차이는 “꽃다운 나이에 2년 동안 군 복무하다보면 자칫 세계 정상으로 성장할 기회를 놓쳐 국가적으로도 손해”라고 항변했다.
현재 스리차판이 군대에 가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제비뽑기. 태국에서는 징집대상 가운데 각 지역별 소요인원에 따라 제비를 뽑아 입대와 면제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스리차판은 군 면제를 뜻하는 검은색 심지를 뽑아야 떳떳하게 군복대신 계속 라켓을 휘두를 수 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