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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北 중유중단에 돌발행동" 우려

입력 | 2002-11-17 18:44:00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5일 미 해군 1호 헬리콥터에 탑승하기 위해 백악관 집무실을 나와 걸어가면서 기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 워싱턴AP연합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5일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음을 재천명한 것은 제네바 기본합의가 와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미국의 대북 강경책에 대해 북한과 한국 일본 등 국제사회의 우려를 해소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14일 북한에 대한 중유 제공을 다음달부터 중단키로 결정한 직후 부시 대통령이 신속하게 성명을 발표한 것은 북한이 이를 제네바 기본합의의 파기로 간주하고 돌발적 행동을 취하는 것을 예방하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북한을 향한 미국의 불침공 재천명은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적대적 대북정책을 심각하게 우려해온 북한에는 고무적인 조치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지난달 25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이 불가침조약을 통해 우리에 대한 핵 불사용을 포함한 불가침을 법적으로 확약한다면 미국의 안보상 우려를 해소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부시 대통령의 불침공 성명을 자신들의 불가침조약 체결 제의에 대한 ‘간접 수용’으로 해석하고 핵문제 해결의 명분으로 삼는다면 그것으로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요구하는 형식(조약체결)은 아니지만 메시지에 담긴 뜻은 ‘간접 답변’으로 봐도 좋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측은 공식적으로는 부시 대통령의 성명이 북한의 불가침조약 체결 요구에 대한 반응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가침조약 체결의 전례도 없을 뿐만 아니라 북한이 핵문제에 대한 ‘보상(reward)’으로 오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부시 대통령은 유화책만을 제시한 것은 아니다. 그는 북한의 핵개발은 명백한 국제합의 위반으로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못박았다.

북한은 일단 17일 평양방송을 통해 “미국은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운운하면서 북조선을 침공할 의사가 없다는 등 외교 공세에 매달리고 있다”며 “북조선을 침공할 의사가 없다는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침략타령을 뒤집어놓은 것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방송은 또 “우리의 불가침조약 체결 제안은 현 사태의 위기를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를 북한지도부의 ‘정리된 입장’으로 보기는 어렵다. 북한은 여러 채널을 통해 부시 성명의 진의를 파악하려 할 것이다.

북한은 미국이 한편으로는 중유공급 중단을 결정하고 또 한편으론 불침공 약속을 한 데 대해 ‘병 주고 약 주는’ 식의 접근이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미일 3국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도 대북 제재를 가시화하고 있고 중국도 분쟁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하고 있는 시점에서 북한지도부가 부시 대통령의 불침공 성명을 핵 문제 해결에 나서는 ‘명분’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2월분 중유제공 여부를 결정해야 할 시간이 20여일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부시 대통령의 성명은 ‘마지막 통첩’이자 ‘최후의 권고’ 성격을 띠고 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부시 대북 성명 전문▼

나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제거할 필요성에 관해 어제 발표한 강력한 성명과 북한에 대한 추가 중유공급을 12월부터 중단한다는 KEDO의 결정을 환영한다. 우리는 KEDO의 동반자들 및 세계의 우방들과 긴밀히 협력해 이 공동의 도전을 다루고 있다.

북한은 농축우라늄에 기초한 핵무기 프로그램을 적극 추구하고 있음을 인정했다. 이 프로그램은 지역 및 국제안보와 국제적인 핵 비확산 제도를 훼손하는 것이다. 북한은 또 북-미기본합의서, 핵확산금지조약(NPT),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조치협정, 한반도비핵지대화 남북공동선언 등을 직접적으로 위반했다. 북한의 이 같은 명백한 국제약속 위반은 묵과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북한과 다른 미래를 갖기를 희망한다. 내가 2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분명히 밝힌 것처럼 미국은 북한을 침공할 의사가 없다. 이것은 오늘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북한 주민들과의 우호를 추구한다.

우리는 2001년 6월 북한과 포괄적인 대화를 추구하겠다고 제의했다. 우리는 과감한 접근을 전개했으며 그것은 북한이 우리의 오랜 우려에 대해 조치를 취한다면 미국은 북한 주민의 생활을 상당히 향상시키는 중요한 조치들을 취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었다. 북한의 은밀한 핵무기 프로그램이 드러난 지금 우리는 이 접근을 추구할 수 없다.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은 모든 책임 있는 국가들에 대한 하나의 도전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지도자들은 10월 만장일치로 합의한 성명에서 북한이 국제사회에 참여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잠재적 혜택은 이 프로그램의 신속하고 가시적인 해체에 달려 있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우리는 단합해서 이 상황의 평화적 해결을 바라고 있다. 우리는 이 상황을 다루는 단 한 가지 선택 방안은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가시적인 방법으로 제거하는 것이라는 결의로 단합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