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김창국·金昌國)는 김 위원장 등 인권위 관계자 4명이 사전 허가없이 해외출장을 다녀왔다는 이유로 최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엄중경고를 받은데 대해 18일 이를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인권위 최영애 사무총장은 이날 인권위 주장을 담은 보도자료 배포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법 제3조에 따라 인권위는 행정부 소속이 아닌 독립기구로 '공무국외여행규정'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에 따라 위원장이 해외 출장을 갈 경우 대통령의 사전허가를 받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김 대통령은 15일 장관급 이상이 해외 출장을 갈 경우 '공무국외여행규정'에 따라 대통령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김 위원장은 이를 어겼다며 엄중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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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인권위 주장 반박
인권위는 "김 위원장 등이 9일부터 엿새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APF(아시아·태평양국가인권기구포럼)에 참가한 것은 한국이 APF의 신규 가입심사를 받게 돼 있어 꼭 필요한 일이었다"며 "출장 전 외교통상부 관계자로부터 인권위원장의 공무국외여행은 대통령 허가 대상이 아니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귀국 직후 청와대에 이같은 사정을 자세히 전했음에도 불구하고 경고를 내린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권위의 이같은 반박과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헌법상 독립기구는 입법 사법 행정부와 대통령, 헌법재판소, 선거관리위원회밖에 없다"며 "인권위는 인사와 예산 조직 등에 관해 다른 행정부처와 동일하게 취급되고 있는 행정부 소속 독립위원회"라고 못박았다.
그는 이어 "위원장은 장관급이며 직원들은 공무원 지위를 가지고 있는 인권위가 정부의 아무런 통제도 받지 않겠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또 "APF에는 한국이 당연히 가입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굳이 참석을 해야 했는지 의문"이라며 "참석을 자제해 달라고 사전에 몇 번이나 말했지만 결국 임의로 출장을 다녀왔다"고 말했다.
행정자치부 역시 "인권위의 독립성은 기능 수행상의 독립성을 의미한 것이지 행정부의 다른 기관과 달리 조직, 인사, 예산 등에서의 독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한편 박선숙(朴仙淑)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은 이날 오전 "김대중 대통령이 국정을 안정적으로 마무리 하기 위해 장차관들의 해외출장을 최소화하고 마무리 과제를 수행하는데 전력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며 장차관들의 해외출장 자제 방침을 전했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